▲ 민병식 논설위원

다가오는 10월 9일은 훈민정음(訓民正音) 즉, 오늘의 한글을 창제해서 세상에 펴낸 것을 기념하고, 우리 글자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한 국경일인 한글날이다. 한글날을 맞아 국어사용에 있어서 최근 말 줄임 신조어가 청소년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성인 들 사이에서도 무분별하게 사용되어 문제가 되고 있다. 혹자는 이러한 말 줄임 현상을 두고 하나의 문화로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말 줄임 신조어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다가 급격히 그 수가 증가할 뿐만 아니라 생성과 소멸의 주기가  빠르고 무분별한 사용으로 언어 사용을 저해한다는 측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면 '슬세권' 슬러퍼를 신고 돌아다닐 수 있는 권역을 뜻하고, '내또출'은 내일 또 출근이네'의  말줄임 신조어로 이런 현상을 신조어로 표현한다면 별걸 다 줄인다의 뜻인 '별다줄'이다.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렇듯 신조어는 재미있기도 하고 그 뜻을 아는 집단 내에서는 친근감 있게 표현이 되기도 하나 필자의 입장에서는 맞춤법이 틀린 글자가 많아 한글을 파괴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또한,  비속어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휴대폰 사용이 보편화 되어있는 온라인 시대의 특성상 빠르고 편리하게 의사전달을 하기에는 효과적일지도 모르나 같은 세대의 입장에서 편리한 것이고 기성세대는 따라가기 어려우니 신조어를 과다하게 사용하면 대화를 하기 어렵다. 젊은 세대들과 어울리려고 열심히 신조어와 말 줄임을 배우는 어른도 있고 학부모도 있다. 그러나 당연한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결국은 어른 들이 대화에 끼어들 수 없는 꼰대가 되는 것이다.

물론, 어른들이 지나친 걱정에 사로잡혀 학생들과 젊은 세대들이 자신의 개성이나 의사표현의 또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는 언어의 축약과 약간의 변형을 단념시키려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은 한다. 그러나 과다한 신조어와 말 줄임의 사용은 분명한 폐해가 있다. 몇 년 전 이런 기사를 본적이 있다. 서울의 사립대 교수가 학생에게서 이 메일을 받았는데 메일에는 ‘교수님 수업을 들었던 ○○학과 ○○○입니다. 제가 받은 성적이 가능하다면 +를 붙여 주시면 좋겠습니다’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메일을 열어보니 내용에 ‘제곧내’라는 3글자만 적혀 있었다고 한다. 몇 번을 열어봐도 내용이 없어 조교에게 물어본 뒤에야 겨우 ‘제목이 곧 내용’이라는 뜻의 말줄임 용어임을 알 수 있었고 그 교수는 ‘학생들이 학점에는 욕심을 내면서 메일을 주고 받을 때 필요한 기본적 예의는 갖추지 못한 것 같다’라고 했다는 기사이다.

위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자신의 의도는 그것이 아닐지라도 중독에 가까운 말 줄임 신조어 사용이 무의식적으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표현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마음 전달은 커녕 예의 없는 학생이 되어 좋은 학점을 받고자 했던 학생의 갈급함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 된다. 결국 말줄임 신조어 사용은 신속한 의사전달, 나이에 따른 그들만의 대화에서는 유용할지 몰라도, 오히려 맞춤법 사용에 해를 끼칠 수 있고, 급격한 변화에 따른 새로운 신조어의 탄생으로 그것에 집중하다보면 본연의 우리글을 정확히 사용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특히. 욕설과 비속어가 이 들어간 신조어는 과감히 없애야 한다. 물론 말줄임 신조어는 외국에도 있고 예전부터 있어왔다. 쉽게 말을 줄일 수 있는 특성상 한글이 뛰어난 글이라는 것을 반증하기도 하지만 무분별한 말줄임 신조어의 사용은 한글을 망가뜨리는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고, 우리의 글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는 측면에서 한 시대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고 유행이라는 특성 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할 지라도 되도록 자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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