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구 박사

세계 여러 나라 도시에는 <광장>이란 것이 있다. 그 널찍한 광장에서는 여러 가지 문화행사도 있지만, 관광객이 북적대고 이런 저런 시위도 있어서 민초들이 평소에 정부에 하고 싶은 의견을 외치기도 한다.

필자도 세계 여러 도시의 광장을 가보았지만, 광장에는 아주 평화롭게 관광객들이 즐기기도 하고, 거리의 악사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런데 광장 주변에는 대부분 그 나라의 역사적 유산과 구경거리가 즐비하다.

우선 워싱턴 <D.C 광장>을 가보자. 링컨메모리얼 홀을 중심 해서 광활하게 뻗어 있는 광장은 대단하다. 특히 반세기 전 링컨메모리얼 홀 앞에서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목사의 명 연설, 「I have a dream」이란 연설은 민권운동의 절정을 이루었다. 이는 당시 수십 만 명이 운집한 대형 집회였다.

그리고 화란, 암스텔담의 <담 광장>은 바로 왕궁 앞 광장이다. 왕궁 옆에는 왕궁만한 크기의 암스텔담 중앙교회는 칼빈주의 개혁자 아브라함 카이퍼 목사가 시무하던 교회가 있다. 담 광장에는 전세계 관광객이 다 모이고, 그 광장 앞에 최근에는 어린이 놀이터를 만들어서 누구나 즐기고, 외치고 놀도록 했다. 말 그대로 자유 천지였다.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도 그 유명한 <영웅의 광장>이 있다. 영웅의 광장은 헝가리 건국 1,000년 동안에 나라를 지킨 7명의 왕과 장군들, 그리고 나라를 위해 여러 방면으로 애쓴 학자, 문화, 예술가들 7명의 동상을 반원으로 아름답게 세워두었다. 이들 모두가 국가의 영웅이란 뜻이다. 헝가리 사람들은 그 영웅들을 보면서 민족적 자존심을 세운다. 영웅의 광장은 헝가리 여행자들이 찾는 필수 코스이다.
그리고 모스크바에도 그 유명한 <붉은 광장>이 있다. 그 앞에는 아름다운 시실리 성당을 비롯해서 러시아의 찬란한 과거를 말해주는 각종 건물들이 있다. 가끔 붉은 군대의 사열이 있어서 러시아의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한다.

한국에도 과거에 세계에서 제일 큰 광장이 있었다. 그 이름은 박정희 대통령이 만든 <5•16광장>이었다. 세상이 뒤집어지자 그것은 다시 <여의도 광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여기서 세계적인 빌리그레함 전도집회, 한국교회 100주년 대회, 그리고 해마다 부활절 연합집회, 그리고 여기서 노동자 농민들 각종 이해단체가 국회 앞에서 시위와 농성을 하는 장소가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당시 정부는 광장이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엄청난 예산을 들여 여의도 광장을 아예 없애버리고, 여의도 공원을 만들었다. 그 주변에 있는 기업과 회사들은 참 좋았겠지만, 세계 최고의 광장이 없어진 아쉬움도 있었다. 여의도 광장을 없앤 것은 시위대 때문에 골치 아프다는 뜻이다. 그래서 국민이 하고 싶은 말을 할 곳이 없어지니, 자연히 사람들은 광화문 광장에 몰리기 시작했다.

중국 북경에는 <천안문 광장>이 있다. 지금은 규모나 넓이에 있어서 가히 세계최고이다. 하지만 천안문 광장 하면, 아름답고 유서 깊은 천안문 보다는, 1989년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자유를 쟁취하려는 시민들을 향해서, 탱크를 앞세워 진압하고 경찰이 총을 쏘아 수 많은 젊은이들을 사살하고, 중국 공산당의 일당 독재를 지켜냈다. 천안문에 거사를 기획했던 사람들은 모두 망명하거나 감옥에 갔다. 중국 공산당은 지금도 약간이라도 이상징후가 보이면, 천안문 광장을 철통같이 원천봉쇄하고, 공산당 정권 유지에 철권통치를 하고 있다.

그 후 중국 공산당들은 교회를 불태우거나, 포크레인으로 교회의 십자가를 찍어 내렸다. 그리고 한국 선교사들을 국외로 추방해 버렸다. 공산당의 철권 통치를 통해서 나라를 지킨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천안문 하면 오히려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많고, 지금도 전 세계 언론들은 천안문의 동정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광화문 광장>도 세계에 내어놓을만한 아름다운 광장이다. 광화문 광장 주변에는 경복궁과 청와대, 행정부가 있고, 미국 대사관을 비롯해서 주변에 역사와 문화유산들이 즐비한 광장이다. 그 동안 국민이 하고 싶은 말들은 모두가 광화문 광장에서 이루어졌다. 그래서 작년 10월 3일, 광화문 광장의 집회는 역사상 최고의 인파인 100만명이 운집했었다. 아마도 그 집회가 정부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금년에는 코로나19를 이슈화해서 말도 안되는 이유를 달아서 10월 3일과 9일 집회를 철통같이 막았다. 사진을 보니 광화문 광장은 1만여명의 경찰과 90여개의 임시 검문소를 만들고 경찰버스를 총동원해서 이중으로 성벽(차벽)을 쌓아, 말 그대로 개미 한 마리도 들어갈 수 없도록 집회를 사전에 원천봉쇄 했다. 하지만 텅 빈 광화문 광장의 썰렁하고 처참한 모습이, 전 세계 T•V와 언론에 타전 되어 한국정부가 아주 톡톡히 망신을 당하고 있다. 그 동안 정부가 민노총 집회나, 성소수자 집회나, 차별금지철폐 집회는 적극 권장하더니, 기독교나 보수 우파들이 집회를 한다면 신경질 적으로 절대 불허하고 원천봉쇄 했다. 그러니 안타깝게도 세계 언론은 이제 한국의 민주주의도, 인권도, K-방역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우리나라 지도자가 중국 공산당과 아픔을 같이 한다더니, 자유민주주의 나라의 광화문 광장을, 중국의 천안문 광장처럼 하려는 발상에 참으로 염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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