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결합으로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기술

- “컴퓨터운영체제는 뒤졌지만 도시운영체제에선 앞서야”

세계 4대 문명은 모두 큰 강을 끼고 도시를 세우면서 생겨냈다. 농경사회 시대는 물이 가장 큰 자원이었기에 도시가 큰 강 주의에 세워지는 게 당연했다. 산업사회의 자원은 화석연료이다. 석탄 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활용해 산업시설이 들어선 곳에 도시가 세워졌고, 농촌에서 몰려든 사람들은 노동자와 소시민이 됐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도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정보화 사회에선 정보를 소유하는 자가 부와 권력을 차지한다. 정보화시대 도시의 형태는 농경사회나 산업사회 도시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전통적인 도시의 개념을 창조적으로 파괴한다. 한국스마트시티학회 회장 권창희 한세대학교 교수는 최근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도시를 스마트시티라 부른다.

▲ 권창희 교수

권창희 교수는 스마트시티를 이렇게 정의한다. “도시를 영혼이 있는 도시로, 영속하는 도시로, 지능형 도시로 최적화시키는 도시운영체계, 즉 It’s Smart Citing(진행형)이다” 또한, 4차산업혁명의 스마트도시란 “협력적 생산·유통·소비가 있도록 끊임없는 상상이 용솟음치는, 아이디어가 발전하여 지식공유·공간공유·시간공유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똑똑한 생활의 운영체제이며 지속가능한 진행형의 스마트한 도시다”라고 말한다.

지금까지는 도시계획이 경제적 논리가 강한 개발을 채택함에 따라 결국 난개발 국토개발로 이어져왔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시민 학식과 경험, 의식수준이 상당히 높아져 “지금까지 도시계획, 도시개발을 통하여 얼마만큼 대한민국의 공간의 민주화가 이루어졌는가?”라는 질문들이 점점 많아질 것이다. 권 교수는 “대한민국의 ‘공간의 민주화’ 답은 ‘4차산업혁명시대 스마트시티’에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컴퓨터라는 하드웨어에 윈도우라는 기반이 있어야 그 위에 프로그램을 깔 수 있는 것처럼, 도시에도 기본적인 운영체계(OS)가 있어야 다양한 관리 매뉴얼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도시에 IT를 입히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통해 각종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모델이 스마트시티”라며 기존의 도시가 부동산 중심의 경제 원리로 형성됐다면 스마트시티는 거주자 생활을 중심으로 한 도시계획 서비스라고 말한다. 이런 스마트시티가 되기 위해서는 각 지역의 철도와 도로 등 도시 인프라를 비롯해 유통, 의료, 교육의 혁신도 필요하다.

하지만 스마트시티가 도시운영체제를 디지털화하는 것으로 끝나는 건 아니다. 도시운영체제를 입히는 도시의 지역적 특성을 살려야 진정한 스마트시티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사회적 경제활성화 마을, 사회적기업 활성화 마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가하는 마을공동체 사업, 공유경제, 적정기술마을, 문화예술인 마을공동체, 한옥마을 사업 등을 비롯해 수많은 지역개발 정책이 시행되었으나 보고서나 행정에서 그치고, 현장 실물경제에서는 만족할 만한 정도에까지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이 지점이 바로 지역적 특성을 살린 도시의 스마트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 권 교수가 스마트시티에 관해 강의하고 있다. [사진=YTN사이언스]

권 교수는 “스마트시티에는 각종 빅데이터를 기반에 둔 인공지능 시스템 외에도 지역의 특수성이 매우 중요한 요소다. 각 도시의 고유한 문화‧예술을 활성화해 그 지역만의 독특한 랜드마크, 즉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 다시 말해 IT기술에 지역의 문화예술 콘텐츠를 입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가 할 일을 지자체가 한다”는 점이 스마트시티의 기본 개념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한다. 현재의 시스템이 중앙정부가 중심이 되고 그 아래 지자체가 단계별로 관리하는 방식이라면 스마트시티는 각 지자체가 퍼즐처럼 연결된다. 기존의 지자체가 대한민국-서울시-중랑구, 혹은 대한민국-강원도-강릉시와 같은 수직 구조의 연결이었다면 스마트시티에서는 대한민국이라는 중앙정부 아래 중랑구와 강릉시가 퍼즐처럼 연결되고 소통한다. 전국 227개 지자체가 새로운 형태로 연결되는 것이다.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기능적으로 도시를 바라봤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방분권은 반쪽짜리 지방자치단체를 만들었다. 새로운 시각에서 각각의 지역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결국, 진정한 스마트시티란 기술적으로 생활의 편의성과 안전성에만 비중을 두는 것이 아니라 삶의 가치가 올라갈 수 있는 랜드마크 형성이 필요하다” 예술을 포함한 생활 운영체계를 통해 경제적 효과는 물론 지역 문화 발전까지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마트시티는 일괄적으로 구현해낼 수 없고 지역 특성을 살린 플랫폼화가 필요하다.

덧붙여 그는 스마트팜(smartfarm)과 문화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인 스마트시티기반 도시재생 사업으로의 지역브랜딩 사업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역의 대학과 기업간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스마트도농빌리지로 지속가능형 스마트팜단지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 권 교수는 2020년 새한일보가 시상하는 대한민국을 빛낸 자랑스런 인물대상을 받았다.

권창희 교수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스마트시티기반의 도시재생적 차원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안한다. △ 첫째, 스마트시티기반으로 도농간의 물적, 인적, 정보의 상호작용을 하는 공유플랫폼 구축 △ 둘째, 도시근교 텃밭(토지) 소유주와 텃밭 희망자를 상호 연결하는 랜드셰어링(Land Sharing) △ 셋째, 도시농업, 농촌의 소득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스마트팜(청년팜) 시스템 구축 △ 넷째, 농촌 환경 및 생산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스마트그리드, 온·오프라인 연계(O2O),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분석센터 구축 △ 다섯째, 도·농 간의 협력적 생산·가공·유통·소비 네트워크 구축 △ 여섯째, 농축산물 품질인증연계한 방송과 미디어융합 포털구축 △ 일곱째, 정보화마을을 스마트빌리지로 재생 △ 여덟째, 스마트그리드인증마을사업 △ 아홉째, K-방역센터 및 베리이프리기반 스마트 안전복지 타운 △ 열 번째, 공유경제플랫폼기반 스마트아파트 등이다.

스마트시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여기서 우리의 생활을 혁명적으로 뒤바꿀 기술로 실재한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가 컴퓨터운영체제에서는 미국에 뒤졌지만, 도시운영체제에서는 세계선두가 되어야 한다고 다짐한다. 권창희 교수의 바람이 단지 바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제일의 도시운영체제를 구축해 중앙과 지방의 구분 없이 균형발전을 이루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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