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차동엽 신부

1958년 5월 31일 관악산의 달동네 난곡에서 태어나 유한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기계를 발명하여 편리한 세상을 만드는 것보다는 세상의 진정한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다’는 생각으로 출가하여 33세에 카톨릭대학교 신학부를 마치고 사제서품을 받고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수학하고 빈대학에서 성서신학으로 석사 사목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인천 카톨릭대 교수를 역임하고 성서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미래사목연구소’를 설립하여 운영해 오다 2019년 11월 12일 간암으로 1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 셀러 ‘무지개의 원리’등 7권의 저작과 아가페 등 역서를 남기고 62세를 일기로 선종하였다. 고 이병철회장의 질의와 스승인 정의채 신부의 답변을 정리한 ‘잊혀진 질문’이 유명하다.

차 신부는 평소 서구에서 보편화한 뉴에이지운동을 ‘위험한 것’으로 보고 명상의 한계를 지적한 바 있다. “기도란 기도자와 하나님(God) 사이에 이루어지는 내밀한 나눔이며, 명상이란 ‘함께 있는 상대방을 무시하고 내 안으로 기어들어가 거기서 자신 안에 있는 거짓자아와 독백을 나누는 것”이라 평가한 바도 있다. 뉴에이지(New Age)는 20세기 이후 나타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영적인 운동 및 사회활동으로 뉴에이지 음악 등을 종합해서 부르는 단어이다. 뉴에이지 운동의 속성은 ’유일신사상‘을 부정하고 ’범신론적‘이며, 개인이나 작은 집단의 영적 각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영지주의는 구원이 "앎(gnosis)"을 통해 가능하다는 견해로 구원이 "믿음(신앙 · faith)"을 통해 가능하다는 기독교의 정통적인 견해를 훼손하고 있다.

고인은 “우리는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 3차원에 살고 있다. 그런데 하나님은 3차원 너머에 계신 초월적인 존재다. 그러니 하나님의 창조는 3차원에서 이뤄진 게 아니다. 4차원이나 5차원, 아니면 6차원 너머에서 이뤄졌을지도 모른다. ”라고 하고 “창조론과 진화론은 대립하지 않으며 진화론 속에도 창조의 손길이 있다고 본다”고 설파한 바 있다.

1987년 삼성의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이 암투병중 명동성모병원 원장 고 박희봉신부에게 정의채신부와 대화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 달라고 부탁 한 바 있다. 정의채 신부는 이회장의 형님인 이병갑씨에게 세례를 준 바 있다. 정 신부님는 이 회장을 만나러 가서 뜬구름을 잡지 않기 위해서는 ‘사전에 질문지를 적어 보내오면 좋겠다’ 고 말하여 40개 문항의 질문을 받고 이를 24개로 압축하였다고 한다.

이병철 회장의 “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신은 왜 자신의 존재를 똑똑히 들어내 보이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하고 이에 정신부가 나름대로 의견을 내었으나 이 회장의 병세가 갑자기 악화되어 만남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20년 넘게 책상서람에서 잠자다가 제자인 차 신부에게 전해져 『잊혀진 질문』이란 책으로도 출간된 바 있다. “우리 눈에는 공기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공기는 있다. 소리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감지할 수 거나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의 영역이 정해져 있다. 인간이 가청영역 밖의 소리를 듣지 못하나 가청영역 밖의 소리에도 음파가 있다. 소리를 못 듣는 것은 인간의 한계이고, 인간의 문제다. 신의 한계나 신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만나자고 했으니 일단 만나서 편하게 몇차례 이야기를 들어 주고 위로하고 세례를 주어 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하도록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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