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을 인상하되 6억원 이하 1주택에 대해선 재산세를 감면하는 ‘공시가격 현실화계획’과 ‘재산세 부담 완화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3년간 6억원 이하 1주택자의 재산세율이 0.05%포인트 낮아진다. 앞서 당정협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해온 ‘6억~9억원 1주택자’ 재산세 감면은 세수 감소를 우려한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주식 양도세 부과기준인 대주주 요건은 정부안(3억원) 대신 당이 요구한 대로 10억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재산세 감면 기준이 6억원이냐 9억원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미 연이은 부동산 정책 헛발질로 집값이 오를 대로 오른 상황에서 공시가격 상승으로 서민의 보유세 부담이 커진 상태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재산세가 평균 22% 오른 것이 이를 증명한다. 여기에 지난해 ‘12·16 대책’으로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세율은 0.1~0.3%포인트 높아졌다. 이것도 모자라 10년에 걸쳐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시세의 90%까지 맞추는 로드맵까지 확정하자 민심이 싸늘해지고 있다. ‘꼼수 증세’라는 비난의 목소리와 함께 조세저항 움직임까지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의 발표는 과세형평주의에도 어긋난다. 전 국민을 상대로 세금을 올려놓고 선거의 유불리를 따져 ‘선별적’으로 깎아주겠다는 것은 편가르기식 ‘표퓰리즘’이며, 표를 얻는 일은 무엇이건 하는 집권세력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대주주 기준 역시 개미투자자들을 의식했다. 여당은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낮추면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연말 대규모 매도물량이 주식시장을 흔들 것”이라고 정부를 설득했다고 한다. 미국 대선이라는 불확실한 변수와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이라는 점은 이해된다. 그렇더라도 3년 전 세법 개정을 통해 대주주 기준을 내년까지 단계적으로 3억원으로 낮추겠다며 시행령까지 개정한 사안이 정치 앞에선 종잇조각에 불과했다.

오죽하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가 반려되는 해프닝까지 빚어졌겠는가. 눈앞의 이익을 위해 정책 일관성까지 갉아먹는 건 정책이 아니라 정치다. 시장 논리로 풀어야 할 문제를 정치로 접근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서민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한 고민도 없이 정치공학적 셈법에 따라 갈등과 분열을 야기하고 퇴로를 막는 정책은 백전백패다. 이제라도 세금만능주의를 뒤로하고 근본적인 정책 전환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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