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공직자들의 윤리의식 실종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나 개탄스럽다. 공무원은 근무시간이 하루 8시간을 초과할 경우 '초과근무수당'을 받는다. 그런데 이 수당을 부당하게 받아 챙기는 공무원들이 계속해서 적발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722명이 초과근무수당을 부당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총리 직속기관과 국가행정조직만 조사한 것이라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대상 기관을 확대하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같은 비위 의혹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는 중앙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에게 지급된 연 시간외근무수당은 1조5000억원 안팎으로 집계하고 있다.

48개 중앙부처와 245개 지방자치단체의 5급 이하 공무원들은 야근수당 등 시간외근무수당을 받는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믿기지 않는 엄청난 액수”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 중앙부처·지자체 공무원은 한 달에 19시간 정도의 시간외근무를 하고 월평균 27만원을 받는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정책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부당수령 문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간외근무를 부풀리는 ‘적폐’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중앙부처 시간외수당 부당수령 공무원은 2014년 298명에서 2015년 90명으로 줄었다가 2016년 108건, 2017년 203건, 2018년 208명으로 다시 늘고 있다.

시간외근무수당 부당수령 실태를 보면 어이가 없다. 근무시간을 늘리려고 일부러 저녁식사 후 퇴근하고, 개인용무를 보다가 밤 늦게 청사에 지문(카드)을 찍으러 오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심지어 서무담당 공무원이 부서의 초과 근무시간을 일괄적으로 거짓 처리해 감사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세금 도둑’이 따로 없다. 정부가 수시로 공직사회 ‘근무혁신’, ‘공직생산성 향상’을 외치고 있지만 현실은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초과근무수당이나 출장여비를 허위로 청구해 지급받는 공무원을 엄정 처벌하기 위해서다. 앞으로 초과근무수당을 상습적으로 부당 수령한 공무원은 금액에 상관없이 중징계를 받는다. 과실로 100만 원 미만을 취득했을 경우엔 견책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고의일 경우엔 파면까지 가능하다. 가산 징수 금액도 부당 수령액의 2배에서 5배로 대폭 확대한다.

그런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 다수 공무원 단체는 공무원들을 잠재적인 범죄 대상이나 비위자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반대하고 있다. 잘못된 태도다. 물론 대다수 공무원은 청렴하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부도덕한 공무원들로 인해 공직사회 전체가 매도당하고 있다. ‘쌀 속의 뉘’를 빼내기 위해선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공무원 처우가 눈에 띄게 좋아져 모두가 선망하는 직종이 됐는데도 부당수령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공직 기강이 바로 서지 않았다는 뜻이다. 공직자 윤리규정을 보다 엄격하게 만들고 부당수령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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