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증유의 전세대란이다. 서민 살 곳은 온데간데없어졌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마감된 ‘문재인정부가 폭등시킨 집값을 원상회복시켜라’ 청원에 나오는 말이다. 주거난에 시름 깊은 서민의 고통이 절절히 묻어난다. 부동산 광풍의 실상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58%나 치솟았다.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서울의 전셋값도 71주째, 전국적으로는 61주 내리 올랐다.

전세대란은 정부가 자초했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그동안 24차례에 걸친 땜질식 처방과 반시장 규제가 빚어낸 참사다. 다주택자를 적대시하고 투기꾼으로 몬 것은 하책이었다. 다주택자가 주택건설과 임대주택 공급에 기여해 가격 안정에 보탬이 됐음은 자명하다.

그런데 정부는 2017년 8월부터 임대사업자 등록 때 주던 세제·금융 혜택을 백지화하는 우를 범했다. 실거주를 압박하는 대출·세금 규제까지 동원했다. 통상 민간에서 임대주택의 70∼80%를 공급하는데 이 길이 정부 규제로 꽉 막힌 것이다. 분양가상한제로 로또가 된 청약 당첨을 기다리며 전세로 사는 이들도 불어나고 있다. 전세 품귀 현상이 빚어지는 건 불 보듯 뻔하다.

계약갱신청구권 등 새 임대차법까지 가세하면서 전세시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세입자들이 갱신권을 행사해 계속 산다고 버티고 집주인은 직접 살겠다고 맞선다.

서울에서는 같은 단지 내 신규 아파트 전셋값이 갱신권 덕을 본 동일평수 아파트의 배를 웃도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서민 주거 안정을 명분으로 도입된 새 임대차법은 시행 3개월 만에 세입자 10명 중 7명이 외면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정부는 25번째 대책으로 임대주택 수천 채를 앞당겨 공급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나 전세 안정에는 턱도 없다. 와중에 현재 시세의 50∼60% 수준인 공시가를 2030년까지 90%까지 올리면서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3년간 재산세를 감면한다는 대책까지 등장했다. 꼼수 증세이자 편가르기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부동산 민심 이반이 정권 몰락으로 이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실상을 직시할 때다. 땜질식 대책의 부작용을 따져보고 통렬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재개발·재건축 등에 대한 규제 완화로 공급물량을 파격적으로 확대하고 꽉 막힌 주택거래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민간의 임대물량 확대를 적극 유도하고 임대차 3법을 보완하는 일도 시급하다. 전세난민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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