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동 논설위원

얼마 전에 여수에 있는 천사 벽화마을을 찾았다. 여수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잡은 명당마을이었다. 달동네처럼 낙후된 마을이었으나 마을을 현대화하고 쾌적하게 개발한 결과, 이제는 전국에서 이름난 볼거리 관광마을로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지붕을 개량하고 주변환경을 아름답게 가꾸어 살맛나는 마을로 탈바꿈하였다. 골목마다 벽화로 장식하고 주택을 현대식으로 개조하여 보기 좋은 벽화마을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특히 마을 전체를 조화로운 색상으로 도색함으로써 밝고 환하고 깨끗한 마을로 변모한 것이다.

대전의 대동마을도 마찬가지다. 낙후돼 버려졌던 골목마을이 하늘공원으로 개발되면서 새롭게 변신하여 유명 관광지로 급부상하였다. 통영의 동피랑 벽화마을과 목포의 서산동 시화골목, 군산의 경암동 철길마을, 전남 신안군 안좌면 반월도 섬마을 등도 개발사업이 성공을 거두어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필수 탐방지역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위에서 언급한 지역들은 노후되고 낙후되어 사라질 위기에 몰렸던 대표적인 골목마을이었다. 그러나 관계 당국의 집중적인 개발과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 인기지역으로 탈바꿈한 관광명소가 되었다.

골목길을 국어사전에서는 '큰길에서 들어가 동네 안을 이리저리 통하는 좁은 길.'이라고 풀이한다. 이렇듯 서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동네를 이루어 살면서 자연스럽게 동네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닐 수 있도록 형성된 것이 골목길이다.

그러기에 골목길 하면 이들의 삶의 애환과 힘듦이 겹겹이 쌓여 있는 듯, 서민적인 내음과 추억들이 떠올려지는 어휘이기도 하다. 아련한 추억이 깃든 골목길이 도시개발과 함께 점차 사라지고 있어서 아쉬움과 함께 마을 발전의 희망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년층 이상의 사람들 가운데는 어릴 때 골목길을 지나다니며 박힌 곰삭은 추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이들도 꽤나 있을 것이다. 어둑어둑해진 골목길을 지나치려면 골목길 집 불 켜진 창가에서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는 정다운 말소리가 들려온다. 일부러 들으려고 한 것이 아니다.

골목길의 집들은 가족들끼리 나누는 말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창문이 높지 않다. 퇴근길에 골목길을 지나다 보면 구수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된장찌개를 끓이는 냄새다. 어느 땐가는 삼겹살 굽는 냄새도 가끔 난다.

그 날은 오랜만에 그 집 가족들이 둘러앉아 삼겹살 파티를 하는 날인가 보다. 그날따라 그 집에서는 살갑고 정이 가득하게 가족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목소리가 창문 밖으로 새어 나온다. 오붓한 가족들의 정겨운 소리다. 또 어떤 집에서는 저녁 반찬이 고등어구이인가 보다.

맛있는 고등어구이 냄새가 온 골목길에 진동한다. 군침이 돈다. 갑자기 시장기가 느껴진다. 배도 고프고 발걸음도 빨라진다​. 우리 집에서는 오늘 저녁 반찬이 무얼까 궁금해진다. 이처럼 골목길은 삶의 애환이 묻어나서 삭막(朔漠)하지 않고 포근한 곳이다.

사람들이 사는 느낌이 난다. 생각만 해도 정겹다. 골목길은 좁아서 저편에서 오는 사람을 기다렸다가 다 지나간 다음에 지나가는 양보심도 배운다. 오다가다 만나지만 거의 한동네에 살기 때문에 목례(目禮)하며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등 예의범절도 자연스럽게 몸에 익힌다.

늦은 밤이다. 골목길 이집 저집에서는 하나둘씩 방안 불이 꺼진다. 예전에는 가로등이 없어서 골목길 집안에서 불을 끄면 그야말로 캄캄한 밤이 돼서 골목길을 지나다니기조차 여간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부모들은 늦게 귀가하는 자식들을 마중하러 골목길 밖에까지 나와서 귀가하는 자식들을 반갑게 맞이했던 추억도 새삼스럽다.

이글 처음에서 언급하였듯이, 추억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겨두되 과감하게 버릴 것은 버리고 낙후된 마을의 주변환경을 개선하고 새로운 주거지로 탈바꿈시킴으로써 골목마을에 대한 어둡고 가난하고 칙칙했던 예전의 이미지를 불식시켰다. 이처럼 밝고 희망에 가득 찬 마을로 바뀐 전국의 유명 골목마을에는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해외여행을 못간 사람들이 국내 여행지로 발걸음을 돌리면서 덩달아서 각 지역의 골목마을 개발사업이 좋은 성과를 올리면서 발전과 희망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타산지석(他山石)으로 삼아서 아직도 미개발지역으로 남아있는 전국 각 지역의 낙후 마을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개발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개발과 함께 보존할 가치가 있는 골목마을은 개발은 하되 원래의 모습을 잘 보존하면서 관광지화하는 등의 재활용 방안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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