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타당성 검증 결과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김수삼 검증위원장은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은 안전과 시설운영·수요, 소음분야에서 상당부분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행절차 보완과 서편유도로 조기설치 필요성, 미래수요 대비 확장성 제한, 소음 등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사항도 확인됐다고 했다. 산악 장애물도 문제로 지적됐다. 4년 전 극심한 지역갈등을 치르면서 합의를 도출해낸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의 백지화가 공식화된 것이다.

집권여당의 행태는 가관이다. 동남권 신공항의 새 후보지가 정해지지 않았고 김 위원장도 “검증위 검토과정에서 가덕도에 대해서는 한 번도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기자회견을 열어 가덕도로 입지가 정해진 듯 호들갑이다. “(가덕도신공항) 개항시기를 단축하고,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특별법 입법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러고도 정치 논리가 아니라고 발뺌할 텐가.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용이라는 지적에 일부 여당 의원은 “2016년 박근혜 정권이 김해로 결정한 게 선거전략”이라고 했다. 동남권신공항 사업은 2006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본격 검토되기 시작했다. 이명박·박근혜정부도 지역갈등이 깊어지자 연구용역을 거쳐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이 아닌 김해신공항으로 결론내린 사안이다. 문제만 생기면 ‘과거 정부 탓’이라고 얼버무리는 여당의 고질병이다.

원점에서 입지를 다시 정해야 하는 국토교통부로서는 1년 남짓 걸리는 기간이 변수다. 여당과 청와대의 노골적인 압박을 견뎌낼지도 의문이다. 검증 절차 없이 가덕도신공항으로 정해질 경우 관련 지방자치단체들 간 이해관계 충돌로 다시 한 번 지역갈등이 빚어질 게 뻔하다. 권영진 대구시장부터 나서서 “천인공노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백년대계를 내다봐야 할 국책사업이 정치논리에 손바닥 뒤집듯 휘둘려선 안 된다. 야당은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문제와 뭐가 다른가”라고 묻는다. 혈세 수조원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이 정치 포퓰리즘에 흔들리자 벌써부터 새만금·제주 등 전국 곳곳에서 신공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여당은 정책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국론분열과 예산 낭비로 국가경제가 멍드는 현실이 보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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