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방위로 번지고 있다. 신규 확진자 닷새째 200명대를 기록했다. 수도권에서는 학교와 직장, 식당, 카페, 병원, 사우나, 산악회 등 일상생활 감염이 만연하고 광주·전남·강원 등 전국 곳곳에서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 추세라면) 2∼4주 후에는 하루 300∼400명씩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연말연시 모임과 실내 밀접 접촉이 늘어나는 겨울철이 다가오는 만큼 대유행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가실 줄 모른다.

다급해진 방역 당국은 어제 자정부터 서울·경기도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1단계에서 1.5단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인천은 23일 0시부터 1.5단계를 적용하되 확진자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는 강화군·옹진군은 1단계를 유지한다. 광주광역시와 강원도 철원 등도 자체적으로 1.5단계로 격상한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더 큰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특별방역 기간을 지정해 16일 앞으로 다가온 수능을 안전하게 치러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느슨해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1.5단계에서 달라지는 건 예배 등 종교행사 참석자나 스포츠 경기 관객을 좌석 수의 30% 이내로 제한하고 유흥주점·단란주점·헌팅포차 등에서 춤추기나 좌석 간 이동이 금지되는 수준에 그친다. 유흥주점 등이 문을 닫고 밤 9시 이후 식당 취식이 중단되는 건 2단계에나 가능하다. 방역 당국은 비말 전파 차단 등에 효과가 큰 2단계로 올려 선제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기울이길 바란다. 다음 달 3일 예정된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비한 방역체제 구축에 조금의 빈틈도 없어야 할 것이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에 이어 모더나도 백신 후보물질이 95%에 가까운 예방 효과를 보였다는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내년까지 공급 가능 물량 13억5000만회분 중 90%를 미국(6억회분)·유럽연합(EU·3억회분)·일본(1억2000만회분)이 확보한 상태다. 주요 국가들은 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 등 다른 제약회사들과도 선 구매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국제기구·제조사를 통해 임상 3상 들어간 백신 5개를 대상으로 구매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했지만 아직 실적이 없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신속한 해외구매 계약 등을 통해 백신 확보와 유통망 구축에 적극 나서 국민의 시름을 덜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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