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수 논설위원

예년에 비해 11월 중순임에도 불구하고 기온이 그리 차갑지는 않다. 눈이라도 내렸으면 좋을 아침, 떠나가는 것과 흘러가는 모든 것에는 눈물겨움이 있었다. 낙엽 지고 가을이라는 계절도 떠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그냥 아리고 아픔이 베여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사람과의 관계 특히 세상을 살아가며 부딪치는 가까운 지인들과의 크고 작은 인연들과의 관계에도 아픔이 존재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평범함 속에서 잘 살아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일인지, 어쩌면 그것이 비범한 삶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살며 부대끼며 자신이 저질러온 과는 너무나 크고 굵은 삶의 아픔으로 남았다는 자책도 해보는 11월일 것이다.

오늘은 성급하게도 맑은 차 한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처마 끝으로 떨어지는 싸락눈의 추락을 감상하고픈 날이기도 하다. 생뚱맞은 생각이겠지만 싸락눈 사이사이에 듬성듬성 흰 눈이 섞여 내리는 날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환상에 취해보는 그 기분도 알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눈을 기다리는 아침, 가슴으로 가을과의 이별을 예고하는 가을비가 흘러내린다. 적당히 취할 수 있어서 딱 좋다 싶을 만큼 비 내리는 아침이다. 지난 한 해는 코로나로 주변들과의 접촉이 상당히 줄어들었던 시간이었다. 그리운 사람들과의 안부가 궁금한 날, 여러 지인들의 안부를 묻는 평범 속 비범한 일상을 즐기는 방법도 코로나를 이겨내는 한 방법인지도 모를 일이다.

가을의 유골 낙엽이 지천으로 깔린 만추의 계절, 이제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구나 싶었는데 어느 순간 우두둑 떨어져 버린 노란 은행잎은 화려한 배반을 해버렸다. 변하는 것은 시간 시간별로 바뀌는 단풍 색깔만이 아니라 가을을 지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흔들리고 변화해가고 있음을 알았다. 계절은 떠나보내는 많은 것들과의 이별로 사람들의 마음까지 위태롭게 하는 것 같다.

코로나 이전의 평범한 일상들이 이제는 전부가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지는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평범 속 비범한 일을 찾아나서는 일이 그리 유별스럽지 않은 시절이 되어버린 듯하다. 11월 19일 자로 중대본에서는 서울 경기 지역에 거리두기 1.5단계를 다시 격상 발표했다. 서울 경기뿐만 아니라 필자가 거주하는 창원지역에도 제사 모임 발 확진자 발생이후 접촉자의 추가 확진율이 높아져가고 있어 심히 걱정이다.

우리는 언제 그 찬란한 평범 속에서 누렸던 과거의 편안한 일상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 우려되는 오늘이다. 마스크와 동행하는 일상이 평범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만나고 싶은 그 누구와도 편하게 만나는 그런 세상이 어서 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개인의 건강관리에 집중하는 11월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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