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이 현실화됐다. 확산세가 거센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4일 0시부터 2단계로 격상됐다. 호남권의 거리두기는 1.5단계로 상향됐다.

이들 지역에서는 이전보다 한층 강화된 방역 조치가 도입됐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클럽·헌팅포차·단란주점·감성주점·콜라텍 등 유흥시설 5종의 영업이 중단되고 카페는 규모와 관계없이 테이크아웃만 허용된다. 노래방과 헬스장은 밤 9시 이후 문을 닫는다. 또 음식점은 저녁 시간까지는 정상 영업을 하되 오후 9시 이후로는 포장·배달만 가능하며, 결혼식장과 장례식장은 인원이 100명 미만으로 제한된다.

전국 곳곳에서 감염자가 속출한다. 비수도권도 이틀째 신규 확진자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그제 서울·경기도 등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로 격상됐지만, 우려됐던 가을·겨울 대유행이 시작된 것이다.

코로나19가 무섭게 번지면서 K방역도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방역 당국은 “지난 2∼3월과 8월에 이어 세 번째 유행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현재의 확산세를 차단하지 못하면 전국적 대유행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현행 거리두기 1.5단계로는 대유행을 막을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기울여 더는 실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미 전남 순천시는 2단계로 격상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유흥시설 문을 닫고 식당·카페 등의 영업을 제한하는 2단계 이상의 고강도 조치를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

당장 2주도 채 남지 않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안전하게 치를 수 있는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제 등교수업 중단학교가 전국 9개 시·도 162곳으로 두 달 만에 가장 많았다. 학생·교직원 확진자도 하루 30∼40명대로 급증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고교에서는 9명의 감염자가 쏟아졌고, 순천에서는 수험생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학생·교직원이 전수조사를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경남 하동·창원과 광주 등에서도 학교발 발병이 잇따르고 있다.

방역 당국이 연말까지 중환자 전담 치료 병상을 216개로 확대한다지만 일부 지역의 의료 실태는 심각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늘고 있는데 강원도에서는 격리 음압병상이 포화상태이고 광주·전남에서도 조만간 중환자 병상이 동날 것이라고 한다. 방역 당국은 중환자 병상과 생활치료센터·격리시설도 충분히 확보해야 할 때다.

코로나19 백신 확보도 화급하다. 미국은 연말까지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을 식품의약국(FDA) 승인 후 4000만회 투여하고 내년 봄·여름에는 국민 대부분에게 접종할 것이라고 한다.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주요국도 조기 백신 접종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내년 하반기 접종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조급하게 굴지 않으면서 가격을 합리적인 선에서 받아내기 위해 여러 협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안이한 판단이다. 글로벌 백신 확보 경쟁에서 뒤처지면 국민 불편이 장기화하고 경제적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진다. 선 구매를 통한 조기 백신 확보야말로 지금 당장 서둘러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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