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급식의 진정한 목적은 자활을 돕는 것

죽기 전까지 한 몸 바쳐서 이웃을 돕고파

지난 10월 26일 오후 서울 후암로 ‘서울역 노숙인 자활센터’ 4층 예배당에선 개소식 감사예배가 열렸다. 이날 예배에서 최성원 목사는 “서울역과 용산역 인근 노숙인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 힘들고 가난하고 갈 곳 없는 이들이다.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이들을 품어야 한다”고 했다.

정문수 목사는 설교에서 “최성원 목사는 노숙자들을 돕다 72차례나 이사를 다녔다. 눈물과 고통 없이는 불가능한 사역”이라며 “하나님께서 은사를 부어 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사역을 광야 목회라고 하는데, 사실 우리 주님께서 ‘광야 목회’를 하신 분 아닌가”라고 했다.

▲ 무료급식

노숙자의 대부로 불리며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25년째 노숙자 무료급식 및 생활 지원을 하는 ‘서울역 노숙인 자활센터’ 최성원 목사가 추운 겨울을 앞두고 도움의 손길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노숙자에겐 겨울철이 제일 힘들고 고통스럽다. 추위가 없는 계절에는 공원이든 거리 어디에서든 지내며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겨울에는 매 순간순간이 죽음과 싸우고 있는 치열한 전투의 현장”이라며 “최근 코로나19와 그로 인한 경기침체 등으로 나눔과 기부의 손길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갈 곳 없는 노숙자들에게는 한겨울의 매서운 바람이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피부에 와 닿는다”라고 토로했다.

최 목사는 “노숙자 무료급식 및 돌봄 사역은 국가나 복지시설에서 주로 맡고 있지만, 그런 도움에도 불구하고 정작 당사자에게 홀로 서려는 의지가 없다면 소용이 없다”라며 “무료급식은 하나의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선 안 된다. 자활을 돕는 것이 진정한 목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목사에 따르면, 현재 50~60대 중 6.25를 겪으며 전쟁고아가 된 사람들이 많다. 이와 비슷한 종류의 사람들이 노숙자 전체의 52%에 달한다고 한다. 이에 최 목사는 사회가 일할 능력이 있어도 ‘신원보증’, ‘담보’ 등의 문제로 이들을 복귀시켜주지 않는 문제를 꼬집었다.

▲ 무료급식 활동(용산역전)

“아무리 일할 능력이 있다지만 신원보증이 안 되고 담보도 없으니 회사에서 대부분 받아주지 않는다. 특히, 나머지 48%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다. 교도소에서 한 20~30년 있다가 나오고, 정신병 환자들은 15년 이상 되면 병원에서 돈이 안 되니까 한 달 치 약만 주고 내보낸다. 이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정신 공황 상태이다. 돈은 없는데 직장에서는 받아주지 않으니까 거리로 나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가장 큰 문제로 “일을 하려 하지 않는 것”을 꼽으며 “사회적·제도적 도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건 맞지만 돈만 생기면 술이나 마시려고 하는 행태는 손가락질받아 마땅하다. 나라에서 도와준다는데 정작 그 대상이 일할 의지가 없다면 소용없다”라고 강조했다.

▲ 베트남에서 선교사로 활동할 당시

최성원 목사가 이처럼 특별한 목회의 길로 들어선 것은 “주님과의 약속”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월남 참전 국가유공자인 그가 이 같은 길로 들어선 이유는, 월남전 파병 당시로 올라간다. 당시 그는 부상을 입고 병상에 누워 있었다. 그는 매일같이 포탄 소리에 시달렸다. 한 부대가 전멸되는 등 수십 명이 죽는 가운데에서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기도 했다. 투이호아 홈바산 작전 때였다. 그때 그는 30초간 하나님께 서원 기도를 했다.

“하나님, 살려만 주시면 하나님의 일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그렇게 그는 목사(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순복음신학교 신학과 4년 졸)가 되었다. 그는 “목사가 되고, 하나님과의 소원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베트남을 찾아가 우리가 저지른 일들에 대해 사과하고 선교하고 싶었지만(1990년), 공산화되면서 그러질 못했다”며 “누구든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하자는 마음이었다. 노숙자 문제는 어느 한 개인의 자발적인 선택이 아닌 시대의 아픔”이라고 말했다.

▲ 최성원 목사가 서울역 무료급식소 개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개인 재산을 들여 노숙자들을 위해 무료급식 등 봉사에 나섰다는 그. 초기에 개인 재산 ‘1억’ 정도를 썼다고 한다. 그리고 월남 참전 국가유공자 수당과 자녀들의 도움을 얻어 이 사역을 이어왔지만,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한다.

“현재로서는 무료급식 재원을 하는 길이 후원금뿐인데, 개인 통장에도 후원금 통장에도 잔고가 없다. 그나마 한 재래시장에서 상품성이 떨어져 팔 수 없는 식자재들을 모아 보내주고 있어 무료급식을 이어가고 있지만, 올겨울이 걱정스럽다.”

최 목사는 “내가 하지 않아도, 누군가 무료급식과 노숙인 돌봄 사역을 계속할 것이다. 하지만 무료급식 사역은 내게 맡긴 사명”이라며 “내가 못하더라도, 그분이 나를 대신해 고난의 눈물을 흘릴 일이다. 그러한 상황이 최대한 늦게 생기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요즘 서울의 관문인 서울역이나 용산역에 낮에는 노숙인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는 최성원 목사가 대낮부터 노숙자가 드러누워 있는 것을 보고 서울지방경찰청장과 중구청장에게 공문을 보내 노숙자들을 일일이 설득한 결과라고 한다.

최 목사는 “노숙인들을 돌보는 것이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지키는 길이다. 노숙자들은 ‘한때 잘 나가던 사람’들이 많다. 사업이 망하고 가족에게 버림받아 거리로 나온 사람들과 정신질환 등의 문제가 있는 사람이 많다”며 “더구나 이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누구도 알 수 없다. 가까이에서 관찰하며 관리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이들을 방치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 목사에게는 소신이 있다. 이 사역을 통해 개인적 금전을 취하지 않는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최 목사 가정에도 경제적 어려움은 만만치 않다. 항상 부인과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노숙자 무료급식과 무연고 장애인 돌봄사역은 언제나 넉넉하지 못해 우선 이들의 먹을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가족에게는 제대로 된 집, 공간 없이 항상 남모르는 사람을 위한 삶을 강요한 것 같아서다. 오죽하면 가정경제를 위해 본인은 시간 날 때마다 폐지를 줍고, 부인은 삯 바느질을 하고, 큰아들이 삶을 포기하려고 양화대교 위에서 극단적인 행동까지 할 정도로 가정의 어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심지어 20년간 살아온 목조건물 2층 월세 12만 원도 밀려있어 집주인으로부터 독촉을 받는 상황이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이라 믿으며, 하늘나라의 상급을 생각하면 지금의 어려움을 기쁘게 감당해 나갈 것이라 말한다.

▲ 정은혜 사모가 삯바느질을 하고 있다.

이제 올해로 75세가 된 그.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자 이 같은 길로 들어섰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오히려 노숙자들로부터 받은 사랑이 크다고 말했다. 이제는 노숙자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고 한다.

“고백하건대 지금까지 봉사활동에서도 후회스러운 부분이 많다. 후원금이 모이면 노숙자 30명 정도가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함께 지내며 그들의 자립을 돕고 싶다. 여기까지 나를 이끌어준 하나님에게 내 생애 마지막 약속을 했다. ‘죽기 전까지 이 한 몸 바쳐서 사회적 약자와 어려운 이웃들을 돕겠다’라고.”

한편 최성원 목사는 오는 20, 21일 오후 4시부터 서울역 광장 시계탑 앞에서 동지를 맞아 팥죽나눔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문의: 010-3062-8282. 용산구 후암로 35길 7(후암우체국 앞)

서울역 노숙인 자활센터 사무실 최성원 목사

 

후원계좌:

농협=301-0160-2305-31 (사)나눔과기쁨 서울역 홈리스 연합회

우체국=011908-01-002348 (사)노숙자 선교 연합회

국민은행=477401-01-246248 (사)서울역 노숙인 자활센터

 

*십시일반으로 팥죽 한 그릇 비용이라도 후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무숙인 쪽방 얻는 데 후원금이 사용됩니다. 또한, 겨울철 목욕탕을 갈 수 없는 무숙인들 냄새방지를 위해 사무실 지하에 목욕실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설치비용으로 500만 원이 듭니다. 도와주세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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