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적정 비용으로 금융접근성 보장 관점 평가

정책금융기관·은행·대부업체 따라 최고금리 설계 가능

상당수 대부업체들이 불법 고금리 사채업체로 변신해 서민들의 ‘등골을 빼먹는’ 악덕업자 행태를 보인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에 외환위기의 파고가 지나간 2002년 8월. 16대 대선을 앞두고 이자율상한제가 전격 부활됐다. 외환위기 당시 자금시장 왜곡을 이유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폐지 권고를 받은 지 4년만이다. 대부업법 제정을 통해 최고 이자율을 70%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식. 저소득·저신용 서민들을 구제하기 위한 ‘선의의 규제’였다.

2018년 2월엔 법정 최고금리가 24%로 인하됐다. 신규로 체결되거나 갱신, 연장되는 대출계약부터는 이를 넘어서는 이자를 받으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졌다. 시행령 개정으로 대부업자와 여신금융기관에 적용되는 최고금리는 27.9%에서 24%, 10만원 이상 사인 간 거래 시 적용되는 최고금리는 25%에서 24%로 각각 인하된 바 있다.

이후 2020년 11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인하하기로 결정했고, 이를 통해 약 208만 명의 대출자(개인 간 거래 제외)가 이자 경감 혜택을 받으며, 이들의 이자부담 경감액은 매년 4830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0%의 법정 최고금리도 적정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돼 주목되고 있다. 경기연구원은 공정금융 관점의 법정 최고금리 적정수준을 11.3~15.0%로 추정한 것이다. 법정 최고금리는 모든 시민이 적절한 비용으로 금융접근성을 보장받는 공정금융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연구원은 ‘공정금융 관점에서 법정 최고금리의 적정 수준 검토’ 보고서에서 대부업 이용자는 대출 부도율이 높은 저신용계층이므로, 법정 최고금리의 적정수준을 논의하기 위해 리스크 프리미엄을 반영한 공정금리를 추정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보고서는 이에 따른 적정대출금리(공정금리, 신용원가, 적정 운영비에 기초)를 11.3~15.0%로 추정하고 정책금융기관, 은행, 대부업체 등 대출 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 적정금리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우선 정책금융을 통한 직접 대출의 적정대출금리는 11.3% 수준으로, 정부가 서민금융을 지원하기 위해 기금을 조성하고 서민금융에 특화된 공공은행을 설립해 직접 정책금융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다음은, 제도금융기관(특히 예금은행이나 신협 등 서민금융기관)이 총대출의 일정 부분(예. 2%)을 저신용자 혹은 저소득층에 대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으로, 이 경우에도 역시 적정대출금리를 11.3% 수준에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대부업체의 비용혁신을 유도하여 적정대출금리를 15% 내외로 맞추는 방안이다. 대부업체를 제도권 내로 포괄하여 일부 규제 완화와 함께 혁신적 비용절감 활동을 유도함으로써 대출금리를 유의미한 수준으로 낮추자는 것이다.

김정훈 경기연구원 전략정책부장은 “서민금융은 정부의 정책 의지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고, 법정 최고금리의 적정수준 설정뿐만 아니라 금융 취약계층을 사회적으로 포용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모색하여 금융기본권, 나아가 경제기본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