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정치 9단이라는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을 향해 ‘낚시나 가시라’는 칼럼이 장안에 바람을 일으켰다. 필자 김동길 교수는 지금도 유튜브 TV방송을 하면서 ‘여의도에 300마리의 개를 기르는 개사육장이 있다’고 선량들을 비하한다. 삼권분립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국회의원들을 개에 빗댄 공격은 면책특권과 회기 중 불체포 특권 등 온갖 혜택을 누리면서도 헌법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질책이다. 하기야 지난 4·15 총선거를 통해 청와대에 발만 담갔다 하면 모조리 공천을 주고 당선시켜 180석을 확보했으니 ‘민주 건달이 판치는 정치’라는 평을 들을 만하다.

민주 건달이 판치는 정치 심각

21대 국회는 청와대의 지배력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당을 통해 국회를 지배하고 국회가 행정부에 종속되는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다. 문 대통령이 여당을 향해 “새해 벽두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기대한다”라고 하자 집권당은 군사 작전하듯이 ‘야당의 비토권을 삭제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의 민주적 규범과 관행들이 완전히 파괴돼 삐걱거린다. 국회 상임위원장은 의석수에 따라 배분하는 관례가 무너졌다. 국회 법사위원장도 2004년부터 야당 몫으로 배분해 권력을 견제하고, 여·야간 타협과 합의를 존중해 만장일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관례가 무참히 깨졌다. 정상적인 민주 국가의 국회가 민감한 법안을 만들 때는 통상 헌법적 가치를 위배하는지 예산의 규모를 따지고, 실제 입법 효과가 나타나는지 면밀하게 검토한다. 그러나 이번에 무더기로 통과된 법안은 반자유주의적이고 반시장적인 것들로 이런 원칙을 무시하고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여 통과됐다.

민심은 이런 거여(巨與)의 입법 폭주에 대해 최악이라고 비판하고 있으며 여론도 나쁘다. 하지만 국회에선 여당의 일방적인 폭거로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은 야당의 ‘공수처장 거부권’을 무력화시키고 청와대와 여당에 입맛에 맞게 공수처장을 세워 권력의 범죄를 덮기 위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친(親)정부 공수처를 만들어 검찰의 권력층 수사를 원천 봉쇄하려는 공수처 설치법 개정안을 “민주주의의 진전”이라 평가하며 위헌논란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공수처 설치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간첩 잡는 일을 경찰에 넘기는 국정원법 개정안, 퇴직 노조원의 재입사를 허용한 노동조합법 개정안, 5·18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5·18역사왜곡처벌법,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세월호 특검법 등 중요 법안들이 줄줄이 강행 처리됐다. 이낙연 여당 대표는 이를 두고 “역사적 성과”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야당은 공수처 설치법 개정안이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훼손한다고 아우성을 친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이번에 통과된 일명 ‘5·18역사왜곡처벌법’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 법률들을 가리켜 “국가가 개인에게 입을 닥치라고 하는 느낌”이라고 폄하했다. 특히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은 북한 김여정이 “(전단살포)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고 비난한 직후 만들어져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청와대 지시로 국회 과잉입법

국회가 청와대의 지시와 명령에 따라 독단과 폭주의 과잉 입법 산실로 변한다면 임기 말 민심이반의 법칙에 따라 레임덕에 빠져들 것이다. 새해 들어 언론들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문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가 사상 처음으로 60%를 넘겼고, 지지도가 37% 밑으로 추락했다. 차기 대선에선 정권교체를 위해 4월 재·보선에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비율도 높게 나왔다. 만약 4월 서울·부산시장 보선에서 여당이 패배하면 대권 구도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이낙연 여당 대표는 새해가 밝자 전직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면설을 피웠다가 거둬들이는가 하면 코로나 3차 재난지원금이 나가지도 않은 시점에 전 국민 4차 지원금 지급을 발언하는 등 좌충우돌하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기업·정부 부채가 4900조에 달했다. 정신을 바짝 차릴 때이다. 경제가 추락하고 정국이 어지럽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