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까만 어둠 사이로 죄인에게 가하는 징벌의 법조항이 별빛처럼 나열되어 죄목을 하나하나 열거해가며 죄를 묻는 시간이다. 오늘은 그리 길지도 않았던 밤이 불면으로 새벽까지 빨리 맞았다. 겨울이 깊어가는 날, 시인은 시집을 만들었다. 필자가 시인을 알았던 기억이 그리 오래진 않지만 어느 문단 공모전 심사를 하며 참 좋은 글을 쓰는 작가구나를 단번에 알았다. 그녀가 ‘이수진 시인’이다. 벌써 3번째 시집을 ‘바람의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내어 놓았다.

살아내는 일은 죄를 만들어가는 행위와 더불어 나로 인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아픔도 키워가는 일이 아닌가 싶은 생각으로 반성이라는 글자를 하늘일 것 같은 까만 공간에 써보았다.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시 같은 시란 어떤 시인가?를 사유하며, 척박한 시 밭에 시의 씨앗을 뿌리는 행위가 시를 짓는 것이라 규정지었다. 쇠꼬챙이도 갈면 바늘이 되듯 바위를 뚫는 낙숫물처럼 거친 바람도 순수하게 피워낸 시어가 어둠을 사르고 천천히 한 권의 시집으로 탄생한다고 말했다. 시집을 받아든 가슴에 뜨거움이 차올라야함이 정상임에도 오히려 차분함이 느껴지는 것에는 기자의 부족함이 만들어내는 사색의 결과에 대한 당연한 부끄러움으로 받아들여졌다.

겨울바람이 아파트 화단에 서있는 앙상한 가지를 흔들고 지나간다. 스치는 순간엔 그렇게 절실한 바람이었어도 지나고 나면 겨우 가지하나 흔들고 가는, 그저 그런 흔해빠진 바람 정도로만 기억되어 진다면 저녁 바람의 눈물을 누가 닦아줄지에 대한 슬픈 생각이 들었다. 가지를 스친 바람도 밤을 이어가는 달빛 못지않게 계절보다 먼저인 따뜻한 햇살만큼 소중한 때가 있었음을 필자는 안다. 이수진시인의 제 3시집은 총 4부로 제1부, 바람의 약속, 제2부 중년 여인의 가을, 제 3부 비움 그리고 제 4부 산사의 차로 구성되어 총116편의 주옥같은 시들로 채워져 있다.

인생을 누구보다 잘 살아가는 시인의 생각은 짧고 강하지만 명료한 결과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시인의 시집을 읽으며 늘 모자람이 많은 인간의 삶 속에 우리가 지닌 처음의 생각도 그렇게 간결하고 굳은 마음으로 흔들리지 않았으리라 생각해 보는 밤이다. 이수진 시인의 제 3시집 “바람의 약속”이 수많은 독자들의 가슴 가슴으로 파고들어 시인이 전하는 이야기 한 줄에서 어느 독자 한 사람이라도 더 감동 받기를, 기자를 떠나 그녀의 팬으로 응원하는 바이다.

이수진시인은 경북안동출생으로 아호는 ‘소하’이다. 상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였으며, 제1시집 ‘그리움이라서’ 제2시집 ‘사찰이 시를 읊다’ 가 있고 시조집으로 ‘어머니의 비녀’를 출간하였으며, 이번 제 3시집 ‘바람의 약속’을 출간한 중견 시인이다. 한국문인협회회원, 국제펜한국본부회원, 한국다온문예 기획이사로 활동하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