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의 대장경 가야산(伽倻山)

백절 황인두

 

소들이 뚜벅뚜벅 정상에 올라서서

만물상 오묘함에 웃음만 띠고 있네

물오른 천하의 비경 어떡하면 품을까

 

화사한 촛대바위 화려한 향연 무대

바위틈 소나무의 끈질긴 생명력에

인간들 절망의 유혹 부끄러워 얼굴 붉혀

 

스산한 바람소리 붉은 잎 애무하니

하늘의 쪽빛 바다 구름은 바빠지고

홍류동 계곡 따라서 차량경적도 바빠져

 

눈길이 눈꽃처럼 허공에 흩날리고

기죽은 늪 속처럼 토산골 말이 없고

고달픈 석조여래입상 옅은 미소 사라져

 

햇살에 바위 조각 심술을 부려보나

칠불봉(七佛峰) 정상석은 안방을 차지하고

가야산 최고봉답게 사방팔방 굽어봐

 

나무 끝 흔들리니 고운(孤雲)도 흔들리네

문향이 난리 치니 문장가 헤집고 와

가야산 끝자락마다 풍류의 멋 넘쳐나

 

야속한 세월의 강 주름을 몰고 오니

세상은 욕심으로 성형미인 넘쳐나네

만물상 당당한 민낯에 인간들은 고개 숙여

 

성스런 바위 꽃이 만발한 상아(孀娥)덤에

하늘이 점지하여 피할 수 없는 운명

가야국 태초의 전설 부부인연 맺도다

 

만물상 돌 불꽃을 시상(詩想)에 담으려고

시인들 가야산에 수없이 몰려드네

산세가 천하으뜸이구나 눈으로만 담았네

 

천년의 참된 지혜 일깨우는 호국정신

신필(神筆)이 살아 있는 해인사 대장경에

한석봉 천하의 육필(肉筆)도 붓을 꺾고 말았다.

 

-. 뜨거운 심장으로 오르고 선한 눈으로 내려와라.

 

【가야산 해설】

호국의 대장경 가야산은 국립공원이다.

가야산은 우리나라 12대 명산중 8경에 해당할 만큼 비경을 품고 있다.

가야산은 고운 최치원 선생의 일화가 만물상의 절경에 빠져서 노닐고 있는 것 같다.

가야산의 해인사는 우리나라 3보 사찰의 법보사찰(法寶寺刹)이기도 하다.

1수ㅡ 가야산의 상왕봉이 소의 머리를 닮았다고 하여 우두봉이라 불린다. 칠불봉에 최고봉을 양보했지만, 주봉에 걸맞는 웅장한 자태는 아직도 지키고 있다.

가야산의 만물상은 산꾼들을 고통의 희열로 인도하는 지름길을 안겨준다. 만물상 천하의 비경에 산 꾼들이 웃음을 띠고 있을 뿐이다.

2수ㅡ 가야산의 명물 촛대바위가 세월이 빚은 절경을 굽어보고 있다.

또한, 암봉위에 소나무가 물 한 방울, 흙 한 줌도 없이 끈질긴 생명을 이어간다.

단지 유일한 친구인 햇살과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산 꾼들은 절망의 유혹에 허덕이는 모습이 부끄러운지 고개를 떨구면서 지나간다.

3수ㅡ 세태가 고운(孤雲)을 알아주지 않았어도 사소한 것처럼 태연한 자세를 취한 것은 자연이 곁에 있어서 가능했으리라!

스산한 바람 소리가 스쳐 가니 구름도 바쁘게 흐른다. 홍류동 계곡의 바위에 앉아서 시 한 수 읊으면서 세월을 낚고 있는데 홍류동 계곡에 일렬로 몰려오는 차량의 경적은 바쁜가 보다!

4수ㅡ 자연의 비밀을 느끼고 싶어서 가야산의 토산 골로 접어드니 기죽은 늪 속처럼 조용하고, 쪽빛 하늘을 쳐다보니 눈길이 눈꽃처럼 허공을 가르면서 흩날린다.

족히 30척은 넘어 보이는 고달픈 석가여래입상이 안색이 안 좋아 보이니 발걸음이 무겁다.

5수ㅡ 가야산의 수석박물관에 취하다 보니 칠불봉을 한참 만에 올랐다. 주봉인 우두봉으로부터 최고봉의 자격을 가져와서 그런지 함박웃음을 띠고 있다. 경사가 따로 없는 칠불봉에 너덜바위들이 심술을 부려본다.

가야산의 최고봉답게 절경들을 굽어보면서 호탕하게 한마디 한다."참 멋지다!"

6.수ㅡ 고운 최치원은 당대 최고의 문장가요. 경세가였다. 그러나 신분제 때문에 누구보다 뛰어난 능력과 개혁 의지가 있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은둔의 생활을 한 비운의 천재가 가야산에 들어와 지냈다.

아마도 나무 끝자락이 흔들리니 고운의 마음도 많이 흔들렸을 것이다.

고운의 시향이 만물상에 흐르니 문장가들이 헤집고 들어와 풍류를 읊었으니 풍류의 맛도 일품이었을 것이다.

7수ㅡ 자연의 미를 찾아서 홍류동계곡을 따라 오른다.

요즘은 세월의 강이 흘러 주름 골이 깊어지면 인간들은 성형공장 강남으로 곧장 몰려간다.

가야산 만물상 민낯의 당당함을 조금이라도 인간들이 닮았으면 하는 맘은 사치인가?

8수ㅡ 상아덤을 가는 길에 지나온 만물상을 멀리서 바라보니, 가까이서 못 본 만물상의 진면목을 봤다. 상아덤에 오르기 전 상아덤 안내판에 눈길이 갔다.

가야산의 여신과 하늘의 신이 하늘에서 점지하여 상아덤에서 부부의 인연을 맺어 아들을 낳았으니 그 아들이 가야국의 시조가 되었다고 한다. 가야산은 성스러운 산인 것 같다.

9수ㅡ 봉화의 청량산처럼 많은 문인이 가야산 자락에 들어와 시를 읊고, 만물상의 웅장함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중에 택리지의 이중환은 만물상을 "불꽃이 타오르는 듯 거침이 없다"고 묘사했다.

또 어떤 선비는 "산세가 천하의 으뜸이구나" 하고나서 눈으로만 담을 수밖에 없음을 한탄하였다. 만물상을 최고의 찬사로 그렸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0수ㅡ 해인사는 우리나라의 삼보사찰이기도 하지만, 해인사 고려팔만대장경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으니 법보사찰로써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해인사의 호국정신이 살아있고, 해인사 대장경을 접하면 누구나 방대함에 한 번 놀라고, 신필에 두 번 놀라고, 보관 및 보존에 고개를 숙인다.

백절 황인두는 자연의 위대함을 통해서 고통의 희열과 비움의 철학 그리고 소통의 미학을 시조로 그리고 묵향으로 읊으며, 자연인으로서 삶의 질곡의 바다에 빠져 헤매고 있는 인간들에게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외치고 있으며, 자유인으로서 "인생의 본질"을 망각해 탐욕과 갈등의 늪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연과의 만남을 통해서 인생을 재정립하라고 권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법학과졸

문예사조 신인상

남부서예공모대전입상

(사)한국창작문학인 본상

대한민국사회봉사대상

대한민국을 빛낸 위대한 인물대상(문화예술)

대한민국 최고국민대상(문화예술)

대한민국 大한국인 대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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