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집값 폭등 등 부동산 정책 실패로 들끓는 민심을 진정시키기 위해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2025년까지 서울 32만 가구를 포함해 전국에 83만6000 가구를 공급하는 대규모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했다. 현 정부 들어 25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시선은 도심 내 신규 사업으로 쏠리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언급됐던 역세권,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에 대해선 정부가 직접 지구지정을 하고 공공기관이 사업을 이끄는 공공주택 복합사업(3년 한시)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적정 개발수단 없이 방치 중인 곳들을 신속히 정비하겠단 취지다.

토지주·민간기업·지자체 등이 저개발 된 도심 우수입지를 발굴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에 주택 및 거점 복합 조성을 제안하면 국토교통부(국토부)와 지자체 검토를 거쳐 해당 지역을 개발 사업 예정지구로 지정, 1년 이내 토지주 등 3분의 2가 동의하면 사업이 확정된다. 이후 공기업의 부지확보 및 지자체의 신속 인·허가(통합 심의)등을 통해 착공에 돌입한다. 기존 주민에게는 기존 자체 사업 대비 10~30%p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모자란 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세권 용적률을 700%까지 높여 고밀도 개발을 하기로 했다. 공공 재건축의 경우 재건축 조합원 2년 거주 의무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평균 13년 걸리던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앞당기기 위해 패스트트랙 제도도 도입한다고 한다.

늦게나마 ‘공급을 통한 집값 안정’을 꾀한다는 점에서는 다행스럽다. 하지만 곳곳이 문제투성이다. 실효성부터 의심된다. 공급 물량인 83만여 가구는 개발 가능성이 있는 곳에 들어설 가구수를 그러모은 것에 불과하다. 실제 얼마나 공급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도심 토지 대부분은 사유지다. 개발 과정에서 재산권 침해, 지구 지정을 둘러싼 온갖 잡음이 터져 나올 게 뻔하다. 이미 발표된 3기 신도시도 토지 수용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으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부가 아직도 ‘공공 도그마’에 빠져 있다는 사실은 더 큰 문제다. 이번 대책에는 주택공급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는 민간의 개발이 사실상 배제됐다. 공공기관 주도로 개발하고, 확보한 물량의 70∼80% 이상을 공공분양하기로 했다. 부채가 급증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돈벌이에 나선 것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판이다.

정상적인 주택공급의 길을 틀어막은 각종 규제는 종전 그대로다. 분양가 규제, 재건축·재개발 규제, 양도소득세 인하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같은 세금 중과 정책을 그대로 둔 채 공공기관을 동원한 ‘억지 공급’ 대책만 발표한 것이다.

그동안 수요억제·지역균형발전 등을 강조해 온 문재인정부가 4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기존의 정책 방향과 정반대의 서울·수도권 내 공급대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이처럼 호의적이지 않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볼 법한 정책이다. 이런 식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겠는가.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 복원’에 나서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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