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빈사상태다. 오랜 불황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후폭풍이 거세다. 주요 산업단지마다 공장은 가동을 멈추고, 기업의 수익구조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에다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이 그 직접적인 원인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산업·기업 경쟁력을 살릴 방안부터 강구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반기업 정책은 일자리·소득·투자·수출 등 경제 전반에 파문을 불러오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작금의 경제 현실을 직시하고 위기대응체제를 가동할 때다. 경제단체와의 협의를 되도록 자주 갖는 게 좋다. 실물경제를 확인하고 대응책을 세울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특히 민간 경제단체로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생산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

1961년 창립돼 600여개 회원사를 둔 전경련은 설립 목적으로 ‘자유 시장경제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 발전’을 표방하며 재계의 맏형으로 불렸다. 현실은 안타깝게도 전경련은 국내에서 ‘버린 자식’ 비슷한 처지다. 정부의 의도적인 외면과 무시로 ‘왕따’를 당하며 아직 버티고 있는 게 용하다고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가 원죄처럼 씌워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와 재판 등을 통해 드러난 사실은 전혀 다르다.
재판 과정에서 “(전경련 부회장이) 꼭두각시나 허수아비에 불과했던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전경련 임직원 중 사법처리 대상에 오른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전경련에 대한 ‘오해’를 풀지 않고 있다. 전경련의 존립 기반 차체가 흔들리고 있는 원인(遠因)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뜻 깊은 해여서 하락한 경제단체로서의 위상을 높여야 하는데도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전경련은 회장 임기가 끝나는 해 2월에 열리는 정기 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추대해야 한다. 허창수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올해도 이 달 말 정기총회가 예정돼 있다. 지금쯤이면 차기 회장에 대한 밑그림이 어느 정도 나와야 하는 상황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없다.

물론 전경련의 정경유착 행태는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 전경련은 그런 개혁을 추진해왔다. 이제 국내 기업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기구이자 국내 경제현안에 대한 조사 및 정책연구의 역할을 담당하는 기구로서의 긍정적 역할이 오늘날 더욱 크게 요청되고 있다.

정부가 경제를 살리자면서 60년 간 재계를 대표해온 단체를 외면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주목되는 바 한·일 경제 갈등 해소 역할이다. 전경련은 1983년부터 일본 게이단렌(經團連)과 한·일 재계 회의를 열어 왔다. 일본 정부의 보복 조짐을 먼저 감지하고 경고음을 낸 것도 이런 네트워크 덕분이었음을 재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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