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기술 확보는 국가 명운을 좌우한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엔 더욱 그렇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일은 인재 육성이다.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투자를 하더라도 이를 수행할 인재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예컨대 차세대 반도체는 인공지능(AI)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해외 사례를 보자. 미국과 중국은 AI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AI 기술 전쟁에 대비하지 못했다. AI 특허, 인재, 투자에서도 후진국이다. AI 세계 특허에서 미국 47%, 중국 19%, 일본 15%, 유럽연합(EU) 10%이나 한국은 3%에 불과하다. 미국은 AI 기술자가 약 85만명으로 전 세계 AI 기술자 190만 명의 절반에 가깝고, 중국은 5만 명이며 AI인재를 육성하는 대학교만 20개다. 우리 교육부는 AI 대학원 지원 사업으로 3개 대학에 10년간 190억원을 지원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런 연유로 우리나라는 AI 개발자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에 따르면 국내 AI 분야 인력 수급 격차가 점차 벌어져 2022년께는 약 1만 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갈증은 더 심각하다. AI 기술의 상업화 시계는 점점 빨라지는데, 신입 인력은 현장과 괴리가 있는 교육을 받고 입사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업무를 숙달한 경력직이 ‘귀하신 몸’이 된 이유다.

AI 개발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코딩 능력’이다. 매일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는 만큼 공개된 논문이나 딥 러닝 모델을 자신이 수행 중인 프로젝트와 잘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적인 프로그래밍과는 달리 수학 등 기초 학문의 역량도 필수적이다.
예컨대 요즘 AI 논문에는 깃 허브(오픈소스 저장소) 코드가 대부분 붙어 있다. 따라서 실무 개발자는 이를 잘 수정하고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 기업체가 아니라면 좋은 장비를 접하기도 어렵고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도 드물어 신입사원이 실력을 갖추기가 어려운 구조여서 기업들은 큰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의 열악한 AI 인력 수준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를 심각하게 여긴 정부와 민간에선 최근 ‘AI 인재 양성’의 취지 아래 여러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AI·SW 핵심인재 10만 명 양성계획’을 본격화하고 2025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최근엔 KT 등 민간기관에서도 ‘AI 인재 1000명 육성’ 등 방안 마련에 골몰 중이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은 비전공자들의 단기교육 이수 비율이 월등하게 높다는 데 문제가 있다. 단기과정 이수자들은 서너 개의 딥 러닝 모델 사용에는 익숙하지만, 기초 지식이 부족해 응용력이 떨어진다는 게 기업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첨단 과학기술을 자랑하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라고 해도 인간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AI가 생활 전반에 자리 잡게 되는 꿈의 사회 실현은 기술력에 달려 있음을 재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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