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자유 경쟁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고용을 늘림으로써 국가경제에 기여한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친 노동·반 기업 정책으로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국회에서는 기업을 옥죄는 법안만 난무한다. 정부·여당은 기업 경영권까지 위협하는 법 개정일색이다. 반 기업 정책은 일자리·소득·투자·수출 등 경제 전반에 파문을 불러오고 있다. 근본 대책을 외면한 채 여권 스스로 자화자찬과 공치사나 일삼는다면 경제는 더 깊은 불황의 늪에 빠져들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경제단체 수장 자리에 현직 기업인 총수들이 앉게 되면서, 재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반 기업 정서 속 전열을 정비한 경제단체들이 역할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끝으로 국내 대표 경제단체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마무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새 수장으로 맞을 준비를 마쳤고, 한국무역협회(무역협회)는 구자열 LS그룹 회장을 선임해 '15년 만에 민간 기업 출신 회장' 시대를 열었으며, 전경련은 현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이 2년 더 이끄는 것으로 결정됐다. 새 수장들은 경제 위기가 계속되는 엄중한 시기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며 경제계의 미래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서울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3월 24일엔 대한상공회소 회장에 공식 취임한다. 최 회장의 취임은 경제단체의 변신을 의미한다. 최 회장은 서울상의 수장 취임을 준비하면서 이미 조직의 색을 바꾸기 시작했다. 면면이 다양하다. 최 회장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 7명을 새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관통하는 건 최태원 회장의 캐릭터다. 최 회장은 자타공인 사회적 가치 전도사다. 사회적으로 사랑받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하기 어렵다는 철학이 바탕이다.

한국무역협회도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24일 공식 취임했다. 기업인 출신이 무협 회장에 오른 건 2006년 이후 15년 만이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2006년 무협 회장에서 내려온 후 다섯 명의 회장은 모두 정부 관료 출신이었기에, 구 회장의 취임으로 정부를 향한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경제단체의 새로운 진용과 각오는 문재인정부의 반 기업적 규제 일방주의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재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으로 피로감이 커진 상황에서 지난 연말연초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규제 법안이 잇따라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업들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집단소송법,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도 국회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경제단체는 정치권에 대해선 재계 입장을 충분히 전하는 창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길 바란다. 여권 또한 경제계가 전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무한경쟁의 글로벌 시대에 한국경제의 활로를 열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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