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의 기능과 역할

김현태 논설위원l승인2021.03.12l수정2021.03.1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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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태 논설위원

최근 일부 국회의원들이 부여 받은 특권을 이용하여 품위를 손상 시킴으로써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동료 의원과 성폭력 사건에 휘말려 직위를 박탈 당하고, 권력을 이용한 사업 수주, 재산 보유 신고 누락, 아파트 특혜분양 의혹, 개발지구 부동산 투기 의혹, 고가 다주택 보유, 불법으로 자녀 특혜 의혹은 물론 회기중 가족과 함께 해외 여행을 다녀오는 등 국민들로 부터 질타와 원성을 사고 있다.

18세기 이후 현대 민주주의 정치체제에 대의기구가 접목되었으며, 직접민주주의가 사실상 불가능한 현대 사회에서는 대부분의 나라가 간접민주주의 제도를 선택하고 있다. 대의기구는 민주주의 체제뿐만 아니라 권위주의나 전체주의 체제조차도 통치를 위해 또는 통치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구성하고 있다. 이와같이 민의를 대변하고 법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대의기구는 시대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대중적 선거에 의해 선출된 사람들로 구성된 회의체인 의회, 국회, 또는 입법부 등에서 담당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이후 의회의 입법 기능 또는 정책결정 기능이 점차 약화되어 가는 경향이 있는 반면, 행정부의 정책 관련 활동이나 기능은 오히려 활발해지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극본적인 원인은 이른바 행정국가화 현상을 들수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의 급속한 진전은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사회문제들을 많이 만들어 냄으로써 행정부의 활동 영역을 엄청나게 증대시켰고 이에 비례하에 행정부의 권한과 기능도 그만큼 커지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정책결정 기능의 상당 부분이 의회에서 행정부로 옮겨가고 있는 실정이다.

의회는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부담을 행정부에 떠넘기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이해관계 집단도 이에 비례하여 더 많이 생성되면서 이들 간의 알력이나 갈등을 조정하고 완화하는 것이 이전보다 더 어려운 일이 되었다.

또한, 의회는 행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문제에 신속히 대응하기 어렵다. 의회는 선거에 의해 뽑힌 의원들로 이뤄지는 집단 의사결정 체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조직보다도 민주적 절차를 중요시하는 기관이다. 의회에서 하나의 정책이나 의결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소위원회, 상임위원회, 본회의 등을 거처야 한다. 또 법률안의 체계나 형식과 관련된 일이라면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연석회의, 공청회, 청문회 등 각종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아울러 입법 과정에서 필요한 특정 정책 분야의 정보나 자료를 행정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의회는 정책결정과 관련하여 문제 상황 및 정책대안에 관한 정확한 자료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해당 정책 분야의 최신의 실질적 자료들은 대부분의 경우 관련 행정부처가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이 필요한 자료는 행정부처 담당 공무원의 협조를 얻어야 하고 그런 자료가 행정부에 의해 제공될 때도 보통 담당 공무원의 설명을 듣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소관 행정부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될 소지가 다분히 있다. 특히, 외교·국방정책 분야의 경우 그 성격상 공개적인 논의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행정부의 역할이나 권한이 더욱 큰 편이다.

입법부는 전문성에서 행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면이 있다. 정부 부처의 공무원은 통상적으로 같은 부서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정책 관련 지식이나 문제 처리에 관한 경험과 기술을 축적하게 된다. 반면, 임기가 있는 국회의원들은 소수의 다선 의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 분야의 전문적 식견을 갖추기 어려운 조건에 있기 때문이다.

원래 국회는 나라 전체의 이슈를 국익의 차원에서 다루어야 하는 기구다. 그런데 입법부를 구성하고 있는 의원 개개인들은 국가나 사회 전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을 집중한다고 보기 힘들다. 의원 개개인으로 볼 때 이들은 각각 특정 지역에서 선출된 사람이고 그의 관심은 온통 다음 선거에서 재선출되는 데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구 출신 의원은 평상시 자신의 지역구 내 도로나 교량 건설과 같은 민원 해결에 많은 관심을 쏟을 것이기 때문이다.

19대 국회 기간 동안 제출된 법안 17,822건 중에서 국회의원이 발의한 건수가 16,729건이며, 정부제출법안은 1,093건으로 17대 국회 7,489건, 18대 국회 13,913건에 이어 발의되는 법률의 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제정법률안 및 일부개정법률안은 의원발의 법률안 비율이 90% 이상이며, 전부개정법률안은 의원발의 약 80%, 정부제출 약 20%로 정부발의가 전부개정법률안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원발의 법률안 약 14%, 정부제출 법률안 약 35%가 본회의를 통과하여 성안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역구의원 발의 법안은 전체 의원발의 법안의 81%, 비례대표의원 19%로 나타났다. 의원 1인당 발의건수를 비교하면 지역구의원은 평균 46건이고 비례대표의원은 평균 53건으로 비례대표의원의 입법 활동이 더 활발한 것으로 조사 되었다.

20대 국회에서 의원발의 법안은 2만 3,047개로 민주화 이후 첫 국회인 13대 국회 570건보다 약 40배가 늘었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중 최종 처리된 비율은 34.97%로 13대 국회 61.75%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법안 발의 건수는 급증하지만, 정작 처리 비율은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발의 실적에만 매달리기보다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법안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법안 처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에 좀 더 열심히 활동해야 한다. 21대 국회에서 상임위원회 회의에 결석한 비율이 10%를 넘는 국회의원이 72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의원들은 결석률이 60%를 넘었다. 상임위원회 회의 열 번 중 여섯 번을 결석한 셈이다. 의원·정부가 발의한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를 거쳐 통과된다. 여야가 상임위원회 단계에서 합의한 법안은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처리되는 게 보통이다. 상임위원회가 의정활동의 ‘꽃’이라 불리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의원들은 상임위원회 활동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사실이 출결로 확인된 사실이다.

반면에 2021년 국회의원들은 지난해보다 0.6% 늘어난 1억 5.280만 원의 수당을 받는다. 의원 1명은 한 달에 기본수당 756만 원 외에도 입법활동비 313만 원, 상임위원회·본회의에 참석할 때 지급되는 특별활동비 78만 원 등을 받는다. 이밖에 정근수당 681만 원, 명절휴가비 817만 원 등을 상여수당으로 받는다. 뜻있는 다수 국민과 정치권에서는 일부 선진국처럼 상임위원회 출석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의원수당을 환수하는 등 강력한 벌칙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의원은 국민 전체의 대표이자 입법부의 구성원으로 그 직무를 독립적이며 자유롭고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일반 국민과는 다른 특권과 독자적인 권리, 그리고 의무를 부여받는다.

그러므로 국민의 대표로서 국정심의에 전념하는 데 필요한 특별한 의무도 함께 지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와 품위를 지켜 주기를 기대해 본다.

김현태 논설위원  webmaster@shilb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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