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윤홍 칼럼니스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의 광명·시흥지구 투기 의혹에서 촉발된 조사가 전방위적인 수사로 확대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특별수사단(특수단)을 편성해 투기행위 단속에 들어갔다. 일부 공기업 직원의 일탈로 성난 민심에 화들짝 놀란 정부가 대대적인 조사로 급한 불을 끄려는 모양새이지만,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크다. 합조단이 일주일 만에 결과를 내놓겠다고 장담하는 것도 미심쩍다는 반응이 많다.

‘보여주기 식 단속’ 아니냐 지적

현행법으로는 지금껏 알려진 투기의혹 사례를 처벌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코앞에 닥친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 ‘보여주기 식 단속’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조단은 직원 본인만 아니라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등의 동의도 받아야 한다. 특히 만일 이들이 거부하면 정보제공 동의를 강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 공직자윤리법은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이라도 독립 생계를 유지하면 재산공개를 하지 않도록 한계를 두고 있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때마다 직계존비속 재산공개를 거부해 논란을 부르는 그 조항이다. 개정이 요청되는 대목이다.

합조단의 조사대상은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3기 신도시 6곳과 100만㎡가 넘는 과천지구·안산 장상지구 등 총 8곳이다. 조사대상으로는 국토부와 LH 등 신도시 조성에 관여한 공기업 직원, 3기 신도시지역인 경기도와 인천시 등 지자체 8곳의 신도시담당 부서 공무원이다.

이번 합조단의 특징 중 하나는 정부 부처 중 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검찰, 그리고 공무원 및 공공기관의 비리를 적발하고 처벌하는 감사원이 모두 빠진 점이다. 검찰수장과 감사원 수장 모두 현 정부와 검찰개혁, 월성원전 1호기 가동중단 등을 놓고 대립각을 세운 공통점이 있다.

이는 과거 1·2기 신도시 관련 수사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1989년부터 일산과 분당 등 1기 신도시를 만든 노태우 정부는 1990년 2월 합수부를 설치하고 공무원들의 불법 토지거래 등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검찰이 주도한 합수부 수사 결과, 투기사범 1만3000여명을 적발, 987명이 구속됐다. 특히 금품수수와 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된 공직자 131명과, 부정 당첨 공무원 10명도 함께 적발했다. 2003년부터 김포와 검단, 동탄 등 2기 신도시 건설에 착수한 노무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이들 지역에서 부동산 투기가 또 극성을 부리자 검찰은 2005년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한다.

1·2기 신도시 수사에서 나름 성과를 올렸던 검찰이 이번 수사에서는 빠진 것 자체에 정부의 수사 의지를 의심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 조사 시작 전부터 국정감사 또는 국정조사 요구가 나오는 배경이다. 감사원이 조사하고, 국회 차원에서도 국정조사를 통해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투기 실체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다.

부동산 전문성 갖춰 진상 규명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합동조사에서 투기가 확인될 경우 수사의뢰, 징계조치 등 무관용하에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투기 재발방지 대책으로 토지개발·주택업무 관련 부처, 기관 직원 토지거래 제한, 부동산등록제 등 상시감시체제 도입 검토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국회에서 공직자윤리법이나 부패방지법, 공공주택특별법, 도시정비법, 토지보상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 등의 여러 법을 고쳐야 시행이 가능한 것이다. 3월 중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과도한 개인정보·재산권 침해 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법이 바뀌어도 곳곳에서 공공연히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3기 신도시 투기 피의자에 대한 소급적용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시급한 대안은 엄정한 수사와 이에 따른 강력한 처벌이다. 그런데 정부 조사가 ‘제 식구 감싸기’식으로 흘러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수 있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국가고시 출제 때처럼 신도시 지정 업무를 하는 직원을 일정기간 별도의 장소에 격리하고 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한 전문가의 제안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특별수사단을 구성했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부동산 전문수사 능력을 갖춘 검찰이 특별수사본부가 진상을 낱낱이 규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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