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초기부터 요란스럽게 쏟아졌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재발방지 대책이 소리만 요란한 채 끝날 공산이 커졌다. 공직자의 땅 투기 수익을 추징 환수해야 한다는 원성은 높은데 현실은 아니다.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사건을 계기로 공직자가 부동산 개발 정보를 사적으로 유용해 얻은 투기 이익을 몰수·추징하는 법 개정이 추진 중인 가운데, 정작 이 사태의 당사자인 LH 직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가 법안 심사 과정에서 소급 적용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다. 소리만 요란했지 쥐새끼만 잡는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격이다.

“몰수·추징 소급 불가”…가능 의견도

국회는 24일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과 한국토지주택공사법을 처리했다.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에 따르면 공직자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직접 부동산을 매매하거나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투기 이익의 3~5배의 벌금에 처한다. 투기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이 50억원 이상이면 최대 무기징역을 받게 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 장관은 LH 임직원의 부동산 거래에 대해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국토교통위원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소급 적용을 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3기 신도시 예정 지역에 대한 투기 의혹으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LH 임직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 ‘친일재산귀속특별법’에 착안해 이번 사건을 유발한 LH 직원들에게 소급 적용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개진됐으나,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의 범죄가 아니라면 소급 적용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이에 따라 LH 직원 등의 범죄 혐의가 수사를 통해 입증돼도 이들이 매입한 토지는 몰수할 수 없다. 3기 신도시 사업이 그대로 추진되면 이들은 토지 보상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변호사들은 LH 직원들이 업무상 비밀을 통해 재산상의 이익을 취한 사실이 확인되면, 부패방지법을 적용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함께 ‘재물·재산상의 이익 몰수·추징’이 가능하다고 해석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LH 직원들에게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법)과 공공주택특별법, LH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가 이번 사안을 너무 안이하게 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아유이기도 하다.

한심한 건 여권의 대응이 따로 놀고 있다는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LH 사건 초기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불법 투기이익을 반드시 환수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가 약속한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 불법 이익 환수에 대한 진정성은 강력한 수사와 단호한 처벌을 통해 증명해야 한다.

국회,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 마땅

국회의원들이 모름지기 민의의 대변인이라면 좌고우면 말고, 속히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해충돌 방지법과 부동산거래법에 대해 입법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사실 만시지탄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와 국회의원이 지위를 남용한 사적 이익 추구를 방지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이해충돌 방지는 장관이 자녀를 특채하거나 공공기관장이 친척에게 공사를 발주하는 것처럼 공직자가 지위를 남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일을 막는 것이다. 당초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의 핵심 조항 중 하나였으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빠진 이 내용에 대해 정부가 별도 입법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원래 김영란법의 초안은 ‘부정청탁 금지’와 ‘이해충돌 방지’를 양대 축으로 했다. 하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이해충돌 방지는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이유로 통째로 삭제됐다.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은 “이해충돌 방지 규정은 반부패정책의 핵심인데 빠져서 아쉽다”고 했고,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이나 가족들이 이 조항에 부딪칠 일이 많아질 것을 우려해 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부패와 멀리하겠다는, 청렴 실천의지를 다지는 게 긴요함을 재확인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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