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태 논설위원

오는 4월 7일은 서울특별시장과 부산광역시장을 비롯한 전국 19개 광역·기초자치단체 재·보궐 선거가 있다. 선거 유세를 통해 정당과 입후자들은 ‘쓰레기’, ‘대역죄’ 등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상대방은 물론 친인척들의 비리를 들춰내는 네거티브 전략 선거 운동으로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 주고 있다.

이번 지방자치단체장 보궐선거의 경우 임기는 고작 1년 3개월의 짧은 기간이다. 후보자들이 쏟아내는 정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사업으로 많은 사업 기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천문학적인 예산이 드는 데도 불구하고 정책에 필요한 예산 확보 방안은 알 수 없는 뜬구름 잡기 식이다.

선거에 나서는 입후보자를 영어로 캔디디트(Candidate)라고 한다. 이 말의 뿌리를 보면 ‘흰 옷을 입은 사람’을 뜻한다. 고대 로마시대 선거에서 입후보자들은 한 사람도 예외 없이 ‘토가’라는 흰색 창옷을 입고 선거에 나와 유세를 한 것에서 유래된 말이다. 순백색의 이 옷은 하늘을 우러러 조금도 부끄럼이 없고, 티끌도 없는 결백을 나타냈고 속임수나, 비굴함이나, 사심과 변절이 없다는 사실을, 유권자와 약속한다는 뜻을 상징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대표가 되려는 사람은 분명 뚜렷한 정책 철학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정책 철학이란 지방정부를 부강하게 하고 주민을 안전하게 하는 실천적 방법론이어야 하고,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이를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정책 철학을 갖춘 자라고 말하기 어렵다.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는 물론 정당, 유권자 모두 매니페스토(Manifesto)가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매니페스토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선거 후 정권을 담당하거나 당선됐을 경우 반드시 입법화 또는 실천하겠다고 약속한 정책개요를 공식적으로 문서화해 선거기간 중에 공표하는 국민들에 대한 약속이다.

우리는 각종 선거 때만 되면 혈연, 지연, 학연, 금연(金緣)에 의한 선거로 자질이 부족하고 약속을 잘 지키지 않은 대표자가 선출되는 악순환을 거듭해왔다. 오적어묵계(烏賊魚墨契) 라는 한자 숙어가 있는데, 이는 오징어 먹물로 글씨를 쓰면 몇 년 안에 글씨가 증발해 사라진다는 뜻으로, 믿지 못할 약속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일 것이다.

앞으로 실시되는 각종 선거에서 ‘매니페스토, 참 공약 선택하기‘ 운동에 의한 진정한 정책선거가 실시되어 보다 성숙된 민주사회, 보다 깨끗한 선거 풍토, 보다 약속을 잘 지키는 깨끗한 사회로 발돋움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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