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이 논설고문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전이 뜨겁다.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지난달 25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돼 일주일을 넘겼다. 이제 서울에서는 여권 민주당의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양자 대결 구도가 됐고, 부산에서는 이미 여권의 김영춘 후보와 국민의 힘 박형준 후보가 격돌하고 있다.

잘 먹히지 않는 네거티브 전략

4·7 서울·부산 보선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들이 20% 정도를 앞서가고 있고 이제 일주일을 남겨놓고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오세훈 후보는 “이번 선거로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놓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에 시민들은 정부 견제론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박영선 후보는 상대 약점을 파고드는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하지만 잘 먹혀들지 않고 있다. 이는 여권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 부동산 사태, 대통령의 30%대 인기하락과 레임덕을 겨냥해 이번 선거를 대선까지 연계시켜 정권심판과 정권교체의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이 시민들에게 약발이 먹히고 있다고 본다. 여당이 오세훈 후보의 서울 내곡동 땅 문제를 물고 늘어져도 정권심판과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놓겠다는 다짐이 여권의 무능과 집값 상승, 과도한 세금인상 등 경제정책과 서민경제의 실패로 박영선의 네거티브 전략이 먹히지를 않는다.

이번 선거가 집권 여당의 LH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고, 부동산 실패와 여당의 다수 의석수를 이용한 집권 여당의 헤아릴 수도 없는 입법폭주 등에 성난 민심이 무도한 정권에 철퇴를 내리는 바람이 불고 있다. 세대별 여론조사에서 여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인 40대 유권자들도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정부 견제론이 10% 이상 높게 나와 있다.

부산에서도 민주당 김영춘 후보가 야당의 박형준 후보에게 20% 이상 뒤지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공약하면서 박 후보의 해운대 LCT 투기 의혹 등을 집중 제기하는 네거티브 전략을 쓰지만 가덕도 신공항이 보선에 영향을 줄 것이란 응답은 50% 미만으로 조사돼 별 효과를 기대하지 못한다.

그러나 정부는 김해 신공항 백지화를 공식 선언하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밀어붙였다. 2016년 정부가 확정한 김해 신공항 건설계획을 공식적으로 5년 만에 포기선언을 했다. 가덕도 신공항특별법은 조속한 신공항 건설 추진을 위해 필요시 예비사전타당성조사(예타)면제와 기본계획 및 실시계획, 31개나 되는 법률에 따른 각종 인허가 절차 간소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예타가 종료되면 바로 착공에 들어갈 수 있게 법을 만들었다.

모 대학교수는 이러한 특별법을 만들어 1년 안에 수십조 원이 들어가는 신공항 건설을 밀어붙이는 것은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결정이라는 지적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현 정부의 실패한 소·주·성 등 경제정책을 주도한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이 본인이 만든 임대차 3법 시행 이틀 전에 법망을 빠져나가려고 청담동 아파트 전셋값을 1억 2000만 원(8억 5000만 원에서 14.1%) 올려 9억 70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하루 만에 교체되는 사건이 있었다.

말과 행동에 신뢰 잃은 대통령

더욱 엄청난 사건이 31일 또 터졌다.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울산시 건설교통국장으로 재직 시 아내와 132평의 땅을 사고 4개월 만에 이 땅 근처로 대형 아파트 건설사업을 허가하고, 도로 건설에 20억 원을 울산 북구청의 특별조정교부금을 내려 줘 이 땅 옆에 도로를 내주었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 국회의원에 출마 직전 땅을 처분해 3억 6000만 원의 차익도 올렸다고 한다. 당시 송 전 부시장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사건’에 개입돼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었다. 이런 사건이 여기저기서 터지니 공직자 전체가 의심을 받고 국민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심정으로 허탈해하고 있다. 경비를 세웠더니 경비가 도둑질한 꼴이다. 이제 대통령은 말과 행동에 신뢰를 잃어 오죽하면 AZ코로나 면역주사를 종로 보건소에서 맞았는데 일반 간호사로 위장한 청와대 간호장교가 주사를 놓으면서 병을 바꿔치기했다는 말까지 떠돌겠는가.

혹여 이번 보선 막판 ‘돈 봉투’ 살포가 불거질지 우려된다. 시민들이 수준 높은 정치의식으로 흔들리지 말고 공명선거 감시자가 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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