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검사가 되겠다는 꿈 가져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20년 검사근무

안산 반월공단서 환경 사범 대거 구속

제도개선보다 운용하는 사람이 문제

사회적 약자 위해 50여 곳 법률 자문

▲ 정인균 변호사

정인균 변호사가 일하는 법무법인의 이름은 준(準)이다. 표준이자 기준으로서 타의 모범이 되고 싶다는 소망이 담겼다. 정인균 변호사가 살아온 짧지 않은 인생도 준(準)이란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명문 전주고등학교를 나오고 한양대 법대를 거쳐 서울대 법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검사로 20년 동안 근무하면서 사회정의를 실현해 왔다. 지금은 50여 곳이나 되는 단체에 법률 자문을 하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승소율이 남달리 높아 굴렁쇠 변호사란 별명이 붙은 정인균 변호사는 의뢰인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 믿음을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편집자>

-고향 이야기를 먼저 한다면

고향은 전북 순창으로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자랐다. 면 소재지에서 한 시간 걸어가야 나오는 네 마을이 모여서 사는 작은 곳이었다. 초등학교는 한 학년에 한 학급밖에 없는 작은 학교를 나왔다. 초등학교 6학년 마치고는 면 소재지 중학교를 나왔다. 중학교는 세 개 반이었다. 중학교 들어가서도 줄 곳 1등을 했다. 그때는 고등학교를 시험 보고 들어갈 때다. 3학년이 되자 세 개 반에서 20등까지 잘라서 특수반을 만들었다. 그렇게 공부해서 전주고를 세 명 전주여고를 두 명 합격했다.

-전주고에 들어가선 어땠는가

전주고를 들어가 보니 광주에서 온 친구들이 공부를 잘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쳐지더라. 부모님과 떨어져서 하숙하고 그러니까 게을러진 것 같다. 학생은 한 반에 60명이고, 12개 반 총 720명이 한 학년이었다. 전주고 교복을 입고 모자 쓰고 다니면 전부 우러러봤다. 지금은 공부 말고도 다른 것이 인기지만 그때는 공부가 전부였다. 공부 잘하는 게 제일이었다. 전고 56회로 79년도 졸업했다.

-한양대 법대를 나왔다

서울대 떨어지고 한양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했다. 그때는 서울대 연고대가 전기였고, 성대 한양대가 후기였다. 성대 한양대 법대는 고대 연대보다 실력이 좋은 사람이 많이 갔다. 전고에서는 전부 서울대를 목표로 해서 연고대는 생각도 못 했다. 그때 서울대는 연고대와 실력도 많이 차이 났고 학비도 쌌다. 애초에 고시 공부를 하려고 했으니까 어느 학교에 가도 된다고 생각하고 한양대를 갔지만, 서울대에 떨어지고 나니까 많이 아쉬웠다.

-고시에 뜻을 둔 이유는

어렸을 때 사주를 보면 판검사 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인지 법대 가서 판검사 되는 것이 목표였고 다른 생각은 없었다. 당시 사법고시는 300명만 뽑는 때였기 때문에 만만치 않았다. 학부를 마치고 서울대 법대 대학원에 갔다. 서울 법대 대학원은 서울 법대 학부 출신들도 떨어지는 데 합격해서 아쉬웠던 마음이 많이 달래졌다. 이후 방위로 군 복무를 한 다음에 고시 합격하니까 ‘이젠 고생 끝났구나’ 생각했다.

-검사로 20년간 근무했다

검사에 관심이 많았다.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검사는 능동적으로 수사를 하고 타격을 잡지만 판사는 판결만 하는 자리라서 활발한 검사가 좋았다. 20년 동안 검사를 하면서 환경 분야에서 활동을 많이 했다. 우리 국민은 좋은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다. 환경 사범들 단속을 많이 했다. 안산지청에 있을 때 반월공단 시화호는 죽음의 호수였다. 공장 대표 150여 명을 구속했다. 밤낮으로 일했는데 지금은 너무 많은 사람을 잡아들여서 마음이 아프다. 그들도 다 직원이 있고 가족이 있는 사람들인데 너무했구나 싶다. 사회 정의감이 투철해서 엄격한 법 집행을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왜 꼭 그게 나였던가 하는 생각도 든다. ‘검사란 직업이 그렇게 좋은 직업은 아니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 정인균 변호사가 집필한 '형사소송법'

-검사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당연히 사회정의를 위해서 검사의 자세는 엄격한 법 집행이 맞다. 요새 정치검사란 말도 많이 나오는데 검사는 앞만 보고 일해야 한다, 좌고우면(左顧右眄)해선 안 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검경 수사권 조정은 그 나라 문화라고 생각한다. 프랑스에서는 수사를 판사가 한다. 수사판사가 수사를 하면 검사가 의견을 단다. 우리나라는 수사권, 기소권을 모두 검사가 가지고 있다가 수사권을 경찰에게 넘겼다. 현재 경찰의 수사능력이 완전하지 않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발전할 것이다. 한 사회의 문화와 관련해서 경찰이 수사하면 검찰이 수사하는 것보다 더 한 문제도 생길 것이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이 협조 관계로 가는 것이 역사의 흐름이다.

-공수처에 대한 생각은

공수처도 마찬가지다. 공수처가 생기면 다 해결될 것 같지만 공수처가 절대선(絶對善)이 아니다. 공수처장이 바뀌면 또 정권 수사를 안 하겠는가? 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 공수처장은 또 어떻게 될 것인가? 너무 단편적으로 생각해서 제도만 바꾸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이 문제인 것이다. 지금도 경찰에서 수사를 거의 다 한다. 미진한 부분만 검사가 조정한다. 서로 존중하면서 운용하면 해결될 문제인데 제도만 바꾸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단편적이다.

-그동안 변호사 활동은 어떻게 해왔나

변호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변호사는 억울한 사람들의 사정을 풀어주고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좋다고 생각한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변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변호사는 선임할 때만 얼굴을 보이고 전화를 안 받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항상 핸드폰을 열어둔다. 법적 문제만이 아니라 의뢰인을 달래주는 것도 변호사의 몫이다. 이기고 지는 것은 알 수 없다. 형사사건이나 민사사건이나 결과는 알 수 없다. 단지 의뢰인을 위해 증거를 찾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

-법률자문도 많이 맡고 있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게 됐는데 50여 군데에 무료법률자문을 하고 있다.

-변론하면서 승소율이 높다고 알려졌다

사건에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 사건은 항상 책상에 올려놓고 생각을 오래 한다. 그 사건에 대해 열과 성을 다해야 결과가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굴렁쇠 변호사란 이름이 붙었다.

-명함에는 부동산 전문이라고 소개됐는데

부동산 전문 변호사라고 자부한다. 부동산 공인중개사 자격증도 땄다. 변호사는 공인중개사를 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났지만, 아예 자격증을 따서 연구소도 차렸다. 검사 때는 환경에 관심이 많았지만, 지금은 부동산에 관심을 두고 있다. 아무래도 검찰 출신이라서 형사사건을 많이 다룬다. 부동산을 다루더라도 형사사건을 다룰 때가 많다.

-앞으로 계획은

열심히 변론하는 것이다. 의뢰인과 변호인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의뢰인에게 믿음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과 성을 다해서 변론하겠다. 성현도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말씀하셨듯이 이를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정인균 변호사는 지난해 7월 23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새한일보가 주최하는 ‘대한민국을 빛낸 자랑스런 인물대상’ 법률자문분야 대상에 선정된 바 있다. 또한, 지난 19일에는 ‘2020 대한민국 아름다운 문화인’ 법률자문봉사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동안 정 변호사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실천한 봉사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결과다. 굴렁쇠라는 별명에 걸맞게 어떤 상황에서도 원만하게 사건을 해결해내는 변호사로 오래오래 우리 곁에 있어 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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