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층의 정책은 시장에 신뢰를 줘야 한다. 특히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하지 않고 너무 풀거나 너무 조였다하면 부동산 경기는 투기세력의 놀이터가 되거나 장기침체의 늪에 빠지기 일쑤다. 널뛰기식 냉온탕 정책은 서민 피해만 커질 뿐이다.

정부·여당은 문제의 진앙을 정밀 타격해 ‘거품’을 걷어내는 맞춤형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기본은 시장 자율에 맡기는 정책이다. 한데 우리는 정치가 부동산을 망치고 있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둔 요즘 정치판을 보면 부동산 광기가 느껴진다. 국정에 무한 책임이 있는 여권은 합리적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게 도리이다.

현실은 아니다. 재·보선을 의식한 여권이 잇따라 ‘자기부정(自己否定)’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들끓는 민심을 뒤늦게 의식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년 동안 추진해왔던 핵심 정책들을 부랴부랴 뒤집고 나섰다. 대출규제 정책 완화 등 그동안 사실상 금기시했던 부동산정책 도입을 약속하고 나섰고, ‘믿을 수 없다’던 검찰에 결국 부동산 투기 수사를 맡겼다. 집권세력으로서 경제원칙도 국정 철학도 내팽개친 모습이 안타깝다.
예컨대 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공시가와 관련해 당에서 적극적으로 어떻게 조정하는 게 합리적인지 검토에 들어갔다며 공정한 과세와 너무 급격한 인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모두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정책과 상반된 조석지변이다.

당초 정부·여당은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2030년까지 공시가를 시세의 9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급격하게 오른 공시가에 불만이 커지자 부랴부랴 공시가 상승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임시방편적 선거용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여기에 민주당은 현 정부 부동산정책의 핵심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까지 손보겠다고 나섰다. 그동안 시장의 빗발치는 요구에도 꿈쩍 않던 여권이 선거가 다가오자 황급히 규제 완화를 약속하고 나선 것이다.

이낙연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한 술 더 떴다. 이 선대위원장은 주거 문제를 국가에서 책임지는 ‘내 집 마련 국가책임제’를 도입하겠다고 천명했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2030세대가 등을 돌린 가운데 최장 50년 만기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국가보증제 도입으로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극약 처방을 내놓았다. 그러나 허술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다. 재원 조달 방법과 세세한 내용 없이 선거를 앞두고 급조한 처방이라는 금융권의 냉혹한 평가를 직시하길 바란다. 빚을 내 집을 사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보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은 이제 그만 선거용 부동산 정책을 내려놓길 바란다. 정치인이 건드릴수록 부동산은 망가짐을 수차 보아왔다. 간섭하려면 전문가들과 면밀하게 숙의 후 30여년은 내다보는 시장친화적 정책을 내놓길 촉구한다. 정치가 경제를 억눌러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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