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윤홍 칼럼니스트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으로 탄생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핵심이다. 독점적 검찰 권력의 분산에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는 중요한 축이 공수처다.

공수처장 공정성 훼손 연루 의혹

문제는 운영이다.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의 부동산투기 연루 의혹이 잇따라 터지고 있지만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오히려 수사 착수가 지연되고 있다. 공수처는 연일 사건이 쌓이고 있음에도 자체 검사 선발 후 사건·사무 규칙 제정까지 갈 길이 멀어 제 코가 석자인 상황이다. 긴급한 수사가 오히려 공수처에 가로막히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가 대검찰청에 불법 투기 의혹으로 민주당 의원을 수사의뢰·고발한 사건들이 최근 수원지검(서영석·양향자 의원), 수원지검 안산지청(김경만·양이원영 의원), 인천지검 부천지청(서영석 의원)으로 배당됐다. 사건을 배당받은 일부 수사팀은 다른 기관으로 이송할 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 설치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관련 비위는 공수처의 수사 소관이다. 검찰과 경찰이 범죄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사건은 수사의 주체를 놓고 공수처와 검·경 사이 교통정리가 되지 않으면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6대 범죄의 직접 수사만 허용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 때문에 검찰은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직접 수사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공수처는 4월초까지 검사 면접을 마무리하면 정식 인력을 갖춘 뒤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장담하지만 기소권과 사건 이첩 요건 등을 논의해야 하는 실무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기소권과 사건 이첩 요건 등을 놓고 ‘공수처·검찰·경찰’의 3자 협의체 구성에 대해 “(일정을)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인지 정도, 이첩 기준이 담길 공수처 사건·사무 규칙 논의는 공수처 검사 선발 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출범 후 석 달째 인력 충원에 매달리는 사이 사건은 계속 쌓이고 있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공수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3월9일 기준 공수처가 접수한 고소·고발·진정 사건은 394건에 달했다. 검·경에서 공수처로 인지 통보한 사건은 99건, 이첩한 사건은 6건이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의 수사 인력(검사 25명·수사관 40명)을 고려하면 상당수 사건을 검찰 혹은 경찰로 이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공수처가 첫 수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공수처장이 직접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뿐만 아니라 ‘이성윤 황제조사’와 관련해 김진욱 공수처장이 공익신고인에 의해 고발당하는 ‘수모’까지 겪고 있다.

앞서 김진욱 처장은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의 ‘이성윤 지검장 조사’ 관련 질문을 받은 뒤 “3월7일(일요일) 이성윤 지검장을 면담·조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례적인 일요일 조사, 수원지검 수사팀에 사건을 재이첩하면서 이 지검장에 대한 조사 내용이 담긴 조서는 없이 면담 일시, 장소, 면담자만 기록한 수사보고서만 첨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황제 조사’ 논란이 야기됐다.

정권 입맛 맞춘 수사기관 불식을

‘이성윤 황제 조사’와 관련해 공익신고인으로부터 김진욱 공수처장이 첫 수사를 하기도 전에 고발당하는 등 벌써부터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공수처가 출범하기 전부터 야권을 중심으로 정권 입맛에 맞춘 ‘코드 수사기관’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계속됐다. 그럼에도 여권은 이를 무시하고 힘으로 밀어붙였다.

공수처가 ‘무소불위의 기관’이라는 점에서 공수처장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는 것은 당연하다. 김 처장은 오랜 진통 끝에 출범한 공수처의 역사적 의미를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고위공직자들의 부정부패 수사를 전담하는 독립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은 국민적 요구였다. 공수처가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중립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코 쉽지않은 일이지만, 공수처가 국민의 신뢰를 받으려면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다. 김 처장은 신속히 공수처 조직 구성을 진행해 정착시켜야 한다.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엄정하게 운영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립성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고 공수처를 안착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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