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이 논설고문

작년 4·15총선 투표장 모습이 선하다. 마스크는 물론 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거리두기를 하면서 긴장감 속 투표를 마쳤다. 꼭 1년 전 모습인데 햇수로 3년에 접어들었으나 코로나19의 기승은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코로나 확진자가 닷새 연속 500명을 넘겨 ‘4차 대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대국민 담화문을 내고 “4차유행이 시작될지 모르는 갈림길”이라며 “짧은 시간 내에 하루 1000명 이상으로 유행이 커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좀 더 강도 높은 방역대책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계 100위권 밖 백신 준비 ‘한심’

지금도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마다 카드를 찍으면 “마스크를 쓰세요!”라고 눈 먼 소리가 흘러나오고 남녀노소 온 국민이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한다고 법석이다. 요즘은 식당이나 커피숍을 찾아도 체온 검사를 받으며 전화번호를 적으라고 하니 짜증이 난다. 이렇게 철저하게 정부가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국민들에게 강도가 높은 대책을 펴니 국민들은 정부 방역 대책을 비판하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 2주 연장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정부에 도대체 감염확산을 막으려면 백신을 최대한 많은 양을 신속하게 확보하는데 그게 아닌 현실에 분노하고 있다. 백신 준비가 세계 100위권에도 들지 못한다니 방역대책 자체가 실종됐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분위기다. 정부는 백신 조기 확보에 실패하면서 현재 접종률은 2%에도 못 미치니, 방역 전문가들은 감염을 예방하려면 각자도생으로, 마스크 쓰고, 손 씻고, 거리두기 하는 방법 외에 뭐가 있느냐는 것이다. 코로나19의 궁극적인 해법은 백신 접종 및 집단면역임에도 충분한 백신 물량 확보에 실패한 정부가 국민에게 방역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을 에둘러 하는 말인 것이다.

백신 누적 접종률 116%를 넘은 이스라엘은 최근 일부 군부대에서 마스크 벗기를 허용했다. 우리는 언제까지 ‘우수한 K방역’ 운운 자화자찬하고 마스크 타령으로 국민을 피곤하게 할 것인가. 변종 코로나에 시달리던 영국도 47%의 접종률로 스포츠 경기장과 공연장 등을 개방해 집단면역 영향 측정에 들어갔고 미국은 국민 1억명이 접종을 완료했다고 한다. 왜 우리나라만 백신확보를 소홀히 해여 이러한 상황까지 왔는지 한심할 따름이다.

매일 마이크 앞에서 확진자수만 읊어대지 말고 그 책임자를 가려 백신확보를 소홀히 한 원인을 규명해 처벌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남들 먼저 맞는 걸 보고 접종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말로 자기합리화를 했다. 백신을 구하지 못해 국민을 더욱 곤혹스럽게 해놓고 사과는커녕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엄벌에 처한다며 국민과 소상공인들을 어렵게 할 것인가.

5일부터 식당과 카페 등에서 출입명부를 작성하지 않으면 업주에 300만원 이용자에게도 10만 원이하의 과태료를 부과시킨다고 한다. 국민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 전철이나 만원 버스에는 바이러스가 없다는 것인지 승객제한 하는 것을 본 일이 없다. 교회나 많은 사회단체들의 모임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거리두기를 강요하고 심지어 지난 구정에 가족도 5명 이하로 제한하는 코미디 같은 대책을 세웠다.

“양치기 방역”에 국민 인내 한계

이제는 4차 대유행을 맞아 백신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1년 넘게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바람에 국민의 피로감과 방역저항이 날로 커지고 있다. 그동안 “앞으로 2주가 고비”라는 되풀이되는 말에 지금은 “양치기 방역”이라는 말까지 나돌며 국민의 피로와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미국은 5월 중순이면 접종을 끝내고 초과분이 7000만 명분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방역 실패를 극복하는 조치로 미국의 잉여 백신을 인도적으로 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하니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백신지원을 요청했으면 하는 여론이다. 우리나라가 현재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겨우 확보해 맞히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의약품안전청(EMA) 백신 책임자는 백신 부작용으로 문제가 있었던 혈전부작용 현상이 백신과 관련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밝혔다. 무엇이 이런 반응을 일으키는 지 분명하지 않다는 단서가 붙었지만 AZ백신을 접종한 국민들은 혼돈에 빠져들고 세계적으로 큰 혼돈을 불러올 소지가 크다. 국가적으로 백신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는 특단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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