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의 밤바다는 검어도 아름답고 찬란하게 눈부시다는 것을 알았던 그날도 아마 오늘 같은 봄날이었던 것 같다. 벚꽃 떨어진 해안선 어둠을 헤집고 달려드는 밤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지도에도 그려져 있지 않은 작은 섬들을 불러다 세워놓기도 하였고, 밤하늘에 쏟아진 별들을 바라보며 아무런 이유 없이 홀로 감격에 겨워 내가 언제 이곳에 와 있었던가를 잊고 서있었던 날도 있었다.

이 눈부시고 아름다운 진해에서 ‘클레오파트라 한의원’을 운영하며 쑥뜸을 주력 병기로 복원력을 일깨워 각종 난치성 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있다. 임상을 시작하며 지금까지 그녀가 알고 있는 최고의 의사는 다름 아닌 우리 몸의 복원력이라는 신념으로 환자를 의사로 만들기에 전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줌의 햇볕과 한 자락의 미풍, 한 송이의 꽃향기, 한 소절의 시와 재즈 선율, 감미로운 차, 느릿느릿 흘러가는 시간 풍경 담기, 글쓰기 경계를 존중하는 평화로운 소통, 사랑이 담긴 미소를 좋아하고 오만과 편견을 싫어하고 희망하는 것은 단지 온 인류의 참다운 건강과 행복이다’라고 말하는 주서영 원장이 쓴 “환자를 의사로 만들기“라는 에세이집이 출판사 삼인을 통해 2021년의 봄, 출판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총 3부로 구성된 책의 분량이 311페이지에 달할 만큼 꼼꼼하고 세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한의사로서의 경험을 독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냈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자연을 닮은 글을 쓰고 싶었다는 주서영 선생의 글은 어려운 한의학의 전문 용어를 탈피하여 일반 대중 독자의 눈높이에서 누구나 쉽게 읽기만 하면 나도 의사가 될 수 있을 만큼의 쉬운 해설을 곁들였다. 현대의 각종 고질병과 난치병에 도전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임상 툴의 개발, 그것이 가능할까를 고민하며 그 몸부림의 결과를 책에 다 담았단다.

낯선 밤바다에서 밤하늘과의 조우를 마치고 다시 그녀의 책을 읽는 기자의 마음에 ‘나도 의사구나’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주서영 작가의 에세이집이 반갑고 심쿵 하다. 각자 나름의 삶에 충실하며 살아온 결과물 몸 어딘가에 아픔 하나쯤 없는 독자는 그리 흔치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읽어라 그리고 느껴라. <환자를 의사로 만들기>에 그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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