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미래먹거리 ‘미디어콘텐츠산업’

청년 일자리 창출은 K-culture 활성화에서 찾아야

정치권은 문화인프라 구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남북교류도 문화사업으로 전개해야 성공하기에 용이

▲ 박창식 프로듀서

바야흐로 한류(韓流)의 전성기다. K-pop, K-sports, K-drama 등등 한국문화는 이제 세계의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이렇게 한류가 세계에 유행하기까지 보이지 않는 이들이 흘린 피땀이 있었다. 특히, 한국드라마는 동아시아를 넘어 이제 세계인이 함께 시청하는 엔터테인먼트가 됐다.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 등 미디어 자본이 들어오면서 한국드라마의 세계진출은 더욱 확장될 것이라 예상된다. 한국의 드라마가 이렇게 세계화되기까지 숨은 공로자가 있다. 귀가시계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인가를 끌었던 <모래시계>, 클래식음악을 대중화하는 데 혁혁한 공을 올린 <베토벤 바이러스> 등 드라마 50여 편을 제작한 박창식 프로듀서가 그다. 박창식 프로듀서를 만나 한류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 그리고 문화사업을 통해 남북교류를 추진하고 자 하는 그의 구상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박창식 프로듀서는 지금은 일제에서 해방될 때처럼 우리 국민이 자부심을 느끼며 가슴이 벅차오르는 시기라고 말한다. “한류가 세계를 제패하면서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격이 높아지고 어디를 가든지 한국인이라는 긍지를 가지게 된 데에는 문화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다. 이제는 제2의 한류를 준비해야 할 때다. 이제는 글로벌 트랜드에 맞춰 한류가 한 번 더 도약해야 하는 시기다. 더 이상 단일민족이나 금수강산 같은 민족적 감성 가지고서는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하기 힘들다.”

박 프로듀서는 제2의 한류를 준비하기 위해선 가수나 배우를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작을 담당하는 스태프의 선진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예나 지금이나 드라마 제작현장이나 영화 제작현장은 열악하다는 게 현실이다. 이제는 배가 고파야 걸작이 나오는 시대가 아니다. 투자한 만큼 좋은 작품이 나온다. 스태프의 선진화가 돼지 안고서는 제2의 한류는 요원하다. 언제까지 스태프의 희생으로 한류를 유지할 수는 없다. 스태프의 선진화는 시급한 과제다”

그는 최근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의 폭발적 성장을 언급하면서 이제 한국도 OTT 서비스(Over-the-top media service: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영화·교육 등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한류의 세계진출을 가속화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에도 토종 OTT 서비스가 많이 있다. 하지만 전 세계 콘텐츠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 등을 통하지 않고서는 세계를 문화로 제패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들 OTT 서비스 사업자들이 한국에 눈독을 들이는 걸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고 박 프로듀서는 말한다. 그는 오히려 한국의 미디어 콘텐츠가 세계 구석구석에 진출하는데 훨씬 유리해진다는 게 박 프로듀서의 분석이다.

기독교는 로마제국의 변방 이스라엘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로마가 구축한 지중해 전역에 뻗어있는 해로와 육로를 통해 전 세계에 전파될 수 있었다.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다. 한국의 미디어 콘텐츠가 전 세계에 깔린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민족에게 전파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박창식 프로듀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먹거리는 미디어콘텐츠산업에 있다고 말한다. “미디어콘텐츠산업은 단순히 드라마 한 편, 영화 한 편을 만드는 문화산업이 아니다. 드라마 한편을 만들기 위해 의상, 요리, 실내장식, 미술 등 파생되는 일자리가 한둘이 아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산업이 고도화돼서 농사를 짓거나 공장에 취직하는 것으로는 청년 일자리를 대폭 늘리기가 불가능하다.” 이제는 인생 트랜드가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며 사는 것이다. 대기업에 취직하고 공무원이 된다고 청년들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다. 박 프로듀서가 내놓은 방안은 정치권에서 청년들이 마음 놓고 미디어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기성세대가 해야 할 일은 청년 일자리 창출하겠다는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가능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미디어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청년들이 마음껏 일하게 만들어야 제2의 한류로 도약할 수 있을뿐더러 청년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 시진핑 중국 주석과 악수하는 박창식 전 국회의원

박창식 프로듀서는 드라마제작자로서는 최초로 국회의원이 됐다. 2012년 5월부터 2016년 5월까지 비례대표로 제19대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문화체육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다. 그 가운데 한가지 업적을 꼽는다면 문화예술계에 표준계약서를 도입한 것이다. “예술을 하려면 배가 고파야 하는 시대는 갔다. 정당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는 관례가 문화예술계에도 뿌리내려야 한다. 표준계약서 작성은 그 시작일 뿐이다.”

박 프로듀서는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뿐만이 아니라 꼭 이루고 싶은 사업이 하나 있다. 바로 남북문화교류사업의 일환으로 휴전선 인근 이북 지역에 삼국시대 세트장을 짓는 일이다. “국회에 들어가기 전부터 통일을 염두 하면서 북한에 삼국시대 세트장을 짓고 싶었다. 남북교류는 정치나 경제도 중요하지만, 문화면에서 하나가 되기에 더욱 용이하다. 남북한은 고구려 백제 신라라는 삼국의 뿌리를 공유하고 있다. 이북에 삼국시대 세트장을 짓고 남한의 제작진과 북한의 제작진이 합동해서 역사드라마를 찍는다고 상상해보자. 남북지도자들은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정치경제적 문제 가지고 싸우기만 할 게 아니라 남북이 공동제작한 사극 한편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면 훨씬 더 생산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다. 지금은 냉냉하지만 정부의 대북평화정책이 무엇으로 시작됐나? 동계올림픽, 바로 문화가 아니었나?”

문화는 세계 공통어이다. 영화, 음악, 드라마는 세계 어디를 내놓아도 통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바로 문화산업에 달린 이유다. 전 세계적 문화유통망과 한국의 미디어콘텐츠가 만난다면 한국의 문화영토가 대폭 확장될 것이다. “한국인은 예로부터 풍류(風流)라고 해서 축제에서 가무(歌舞)를 즐기는 민족이었다. 한국인 특유의 문화DNA가 빛을 발하는 지금 우리는 안주해서는 안 된다. 이대로라면 10년 20년 뒤에는 한류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일본만화 캐릭터가 세계에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다. 또 홍콩 루아르가 인기를 끌기도 했었다. 한류라고 언제까지 지금처럼 잘 나가라는 법은 없다. 부단한 쇄신과 혁신이 없고서는 한류도 한때 유행한 문화 조류에 불과해진다.”

지금 같은 한류 르네상스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정책적으로 문화예술산업을 지원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가장 큰 아픔인 분단을 극복하는 일도 문화교류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박창식 프로듀서의 혜안은 우리 정치지도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문화예술진흥이 답이라는 박창식 프로듀서의 제안은 대한민국의 미래먹거리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소중한 팁이 될 것이다. 

<경력>

2016.09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총장

2012.05 ~ 2016.05 제19대 국회의원 (비례대표/새누리당)

2011.06 ~ 2016.09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회장

2009.07 ~ 2012.06 김종학 프로덕션 대표이사

1993 SBS프로덕션 제작프로듀서

1986 ~ 1993 MBC 드라마제작국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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