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식 논설위원

벌써 5월, 농촌의 모내기 철이 돌아왔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농업은 삶의 원천이 되는 생명 산업이다. 이 말은 국가와 국민,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뜻이다. 특히, 벼농사는 미래 식량안보의 기본이 될 뿐만 아니라 벼를 생산하는 논은 장마철이나 홍수가 났을 때 흙이 쓸려나가는 것을 막고 빗물을 가두어 지하수를 공급하고 또, 벼가 자라면서 논에 흘러들어오는 오염물질을 정화시키는 작용까지 하여 수질오염도 개선시키는 등 환경보호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그러므로 논의 면적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홍수의 피해나 토양 유실, 환경오염 등의 문제로 이에 대한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게 들어갈 것이다.

특히, 탄소중립사회를 지향하는 지금의 세계적인 추세로 볼때 벼의 역할은 실로 막대하다. 벼는 단위면적당 탄산가스 흡수량과 산소 발생량이 가장 높은 작물로 공기를 정화하는 최고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 인류의 위기를 지키는 수호천사의 역할까지 하는 셈이다. 그러므로 바로 여기에 농경지의 축소를 막기 위해서라도 쌀 산업을 촉진 시키고 쌀을 더 많이 소비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늘 쌀 생산량과 가격으로만 가치를 판단하려고 하지만 벼농사의 사회적 기여도를 보면 그 공익적 가치는 실로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최근 점점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줄고 있다. 쌀 소비량이 줄면서 논의 면적도 줄고 있다. 논은 우리의 생명과 국토와 환경을 지키는 지킴이이다. 그러므로 쌀 소비량을 늘리는 것은 우리의 벼농사를 지키는 커다란 수단이 된다. 2000년대 이후 소비자들 선택기준이 가격보다 먹거리의 고유한 맛, 안전성, 건강성을 지향하는 패턴으로 바뀌었다. IT강국, 택배 강국이란 조건과 가치시장 조류가 만나 온‧오프라인 직거래를 일으키고 온‧오프라인 직거래시장은 대형마트 소매시장에 견줄 만큼 성장하였을 뿐만 아니라 최근 코로나 19로 더 활성화되었다. 집밥 문화가 온라인 직거래를 이끌고, 건강 먹거리와 먹거리 안정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가치 먹거리 시장이 지속적으로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지속 가능한 시장으로서 농업 살리기의 큰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한국 농업은 높은 고령화율, 낮은 생산성, 소규모 가족 농 등의 이유로 다른 산업에 비해 뒷전으로 미뤄져 왔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기후변화, 인간수명 연장 등으로 식량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그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산업 혁명의 시대, 모든 산업은 지금 대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서 농업은 지금 변곡점에 와 있고, 우리는 이제 농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

새롭게 부상하는 농업이 미래에는 어떻게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가 우리의 숙제인데 그 역할을 농협이 선도할 것이라고 믿는다. 국가, 농민, 농협이 다 함께 삼위일체로 하나가 되어 만들어 가는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를 기대하는 이유다. 누가 농업을 시대에 뒤떨어진 산업이라고 하는가. 쌀을 중심으로 4차 산업시대에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농업은 우리나라 미래 4차 산업의 중심이 될 것이고 그중에서도 쌀은 지구인의 건강 지킴이로서 역할을 다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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