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행이 일치하는 모범적 삶-. 지도자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하겠다. 말과 행동에 부끄러움이 없고, 세상의 빛이 되는 삶을 사는 인물이야말로 사람들의 존경을 받게 된다. ‘시경’은 이 같은 훌륭한 인물에 대해 칭송하고 있다. “저기에서도 미워하지 않고 여기에서도 미워하지 않는지라(在彼無惡 在此無射), 거의 밤낮으로 삼가 길이 영예롭도다(庶幾夙夜 以永終譽).”

그럼 국민을 위한 의기(義氣) 높은 철학과 실천력을 가진 지도자는 얼마나 될까. 인사청문회에 나온 상당수 고위공직자는 물론 질의하는 국회의원들 자신은 또 얼마나 떳떳할까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다. 스스로 법을 어기기 일쑤다. 결산과 예산 심의 지연부터 부패 연루 등 실정법 위반 사례까지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다. ‘회남자’에 “법은 천하의 저울이고 말이며, 지도자가 몸소 따라야 할 먹줄이다(法天下之度量而人主之準繩也)”라고 말한 바를 되새길 때다.

문재인정부의 고위공직자 인사가 도마에 올랐다. 역대 정부 인사청문회 때마다 지도층의 도덕적 불감증이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는데 이번에도 적잖은 인사들이 예외가 아니다.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세금탈루, 논문표절, 음주운전, 성범죄 등 '7대 인사 배제 원칙'을 바탕으로 높은 도덕성 잣대를 강조한 문재인 정부의 기조가 뒤집어졌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가족 동반 국비출장,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도자기 밀반입 논란, 노형욱 국토교통부 후보자는 '관테크(관사 재테크)'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야당은 세 후보자가 '부적격'하다고 판단, 청문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는 상황이다.

일부 여당인사들은 도덕 검증이 과도해서 실력 있는 장관을 뽑기 어렵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설득력이 떨어진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반발에도 임명을 강행한 사례들이 회자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금까지 청문보고서 채택 등 여야 합의 없이 장관급을 임명한 경우는 총 29차례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문재인 정권 청문회는 이제 다운계약, 위장전입, 외유출장, 논문표절 등 각종 의혹과 비리의 장이 되어가고 있다"며 "문 대통령은 자신이 내놓은 공약을 다시 읽어보길 부탁한다. 사람을 쉽게 쓰면 정치가 날로 어지러워지고 정치가 어지러우면 국가가 위태롭고 쇠망한다."고 경고했다.

세상만사 사람이 가치를 창출한다. 인재가 미래를 이끌어 가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된다. 세계적 기업도 큰 공장이 아니라, 그 속에 있는 인재가 자산이다. 어디 기업에 국한하랴. 국가는 더 큰 인재를 필요로 한다. 현 정부에 사람이 그렇게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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