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동 논설위원

요즘 한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릴 만큼 한여름 날씨를 보이면서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전에 집에서 가족끼리 식사를 할 때 어르신이 여름철엔 '식이 보약'이라며 "밥을 많이 먹어서 속이 든든해야 땀이 많이 나는 여름철에도 일을 잘 할 수 있다"라고 말씀하시며 밥을 배불리 먹도록 독려하신 기억이 새롭다. 이렇듯 우리 조상들은 여름철에도 밥을 배불리 먹어야 일을 잘 할 수 있음을 알고 자식들에게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전수하였다.

'식이 보약'이라는 말속에는 우리 선조들의 삶에 대한 슬기로움이 용해되고 응축돼 있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먹는 것부터 해결돼야 한다. 인간이 수렵시대와 자연 채취시대에는 단순히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것에 만족하였다. 본능적 생존을 벗어나 삶의 질 향상과 건강유지 차원에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그만큼 먹을거리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먹을거리는 지역과 환경과 인종에 따라서 다양하게 분화 발전하였다. 단지 생존을 위해 먹는 것을 초월하여 보기에도 좋고 먹기에도 좋으며 영양가도 높은 먹을거리를 창조하는 예술성 높은 전문셰프까지 등장하면서 인간의 먹을거리는 무한으로 발전하고 변화를 거듭하였다. 먹을거리가 단순히 허기를 채우기 위해 본능적으로 먹어야 하는 기계적인 섭식 수준을 벗어나 예술로까지 승화하고 발전하는 고급 식문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예전까지만 해도 길거리에 거지가 즐비했고 먹을거리가 없어 굶는 사람들이 많을 만큼 헐벗고 굶주리며 배고팠던 시절이 있었다. 선조들이 피땀 흘려 이룩해 놓은 산업사회의 대가로 가난의 시대를 벗어나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풍요로운 사회를 이루었다. 따라서 과잉섭취에 따른 비만 인구가 급속하게 늘면서 성인병을 앓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급증해서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예전에는 밥그릇의 크기도 컸고 "밥 많이 먹어라"가 선의의 인사말이었다. 뚱뚱하게 보여야만 부잣집의 자식으로 인식될 만큼 비만이 선망의 대상이었고 살찌는 것이 모든 사람의 꿈과 희망이었다. 그러던 것이 요즘은 "밥 많이 먹어라"는 말은 결례와 예의에 어긋난 인사말로 바뀔 만큼 비만에 대한 인식도 정반대로 바뀌었다. 격세지감이다. 요즘 주변에서 비만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만큼 비만은 사회의 일반적인 현상으로 인식될 만큼 일상화가 되고 있다. 비만은 개인의 의료비용 과다지출 문제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 부담 증가 등 사회경제적 부담률도 급격하게 늘어나 국민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가정경제도 자급자족 시대를 넘어서 대량 소비시대를 맞았다. 인스턴트식품과 가공식품으로까지 발전하면서 식생활도 생산자와 소비자로 나뉘어졌다. 생산자는 양질의 식재료를 공급하고 소비자는 맛있는 먹을거리를 찾아 맛집을 순회하며 먹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을 곁들이는 사회가 되었다.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문화에서 맛을 추구하고 즐거움을 도모하기 위한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음식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식품으로 작용하지만 과다하게 섭취하거나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몸에 해로운 독이 된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라는 말과 같이 과다하게 과잉섭취에 의한 비만 초래는 건강을 그르치고 몸에 해가 되므로 절대로 삼가야 한다.

입맛에 맞는 음식만 골라 먹는 편식도 건강의 적이다. 고 영양가 위주로 먹는 식사행태도 바꿔야 한다. 국내외 식자재를 공급하는 업체에서도 국민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의무감과 사명감으로 양질의 식재료들을 국민에게 원활하게 잘 공급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관계기관에서도 관리 감독을 보다 철저하게 해야 할 책임을 한시라도 방기(放棄)해서는 안 될 것이다. 농민들도 저농약의 신선한 유기농산물 생산으로 국민에게 건강하고 신선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제는 국민이 단순하게 무엇을 먹느냐가 관심거리가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잘 먹게 하느냐가 문제다.

고 영양가에 건강을 증진 시킬 수 있는 식품과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 예로부터 먹는 문제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생존적 요소이다. 건강한 식문화가 정착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과다섭취에 의한 비만을 멀리하고 영양이 골고루 섞인 건강 식단을 잘 짜서 매일 섭취하는 식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또한,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어르신이 말씀하신 '식이 보약'이라는 말은 무더위의 여름을 이기는 훌륭한 방편이다. 그러나 많이 먹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건강하고 신선한 식품을 알맞게 먹고 운동도 곁들이면서 몸을 이롭게 하는 식생활이 더 중요하다. 특히 여름이 되면 땀을 많이 흘리고 기력이 쇠약해지기 쉽다. 따라서 무작정 다이어트를 하기보다는 자신의 몸에 맞는 다이어트와 식이요법으로 건강을 유지해서 무더운 여름철을 이겨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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