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태 논설위원

업무추진비는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이 기관을 운영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등 공무를 처리하는 데 사용하는 비용을 지칭한다. 행정자치부는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지침서에 지방자치단체의 업무추진비를 직책급·정원가산·기관운영·시책추진·부서운영·의정운영 등을 공통 업무추진비로 분류하고, 이에 따라 비용을 편성하고 집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업무추진비의 사용 기준이 모호하고 사후 정산방법이 명확하지 않아 논란이 되면서 업무추진비 과다 집행 등 문제가 제기됐다. 또한, 신용카드 사용이 원칙이지만 불가피한 경우 현금 지출도 가능하기 때문에 단체장의 비자금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최근 들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눈먼 돈'처럼 쓰인다며 논란이 되고 있다. 지인과 술 마셔놓고 공무원들과 업무 협의하는 데 썼다고 속이거나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상습 결제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서울 은평구청은 지난 2018년, 김미경 구청장이 취임한 직후부터 3년간 개인 휴대전화 비용을 세금으로 대납했다는 것이다. 비서실 직원들의 휴대전화 요금도 지원해줬는데, 그 비용만 수천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주민을 대표해 자치단체를 견제하는 역할을 맡은 지방의회, 원활한 의정활동을 위해 의장단에게 매달 업무추진비가 주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 기준'으로 한 달에 의장은 420만 원, 부의장 210만 원, 상임위원장 130만 원까지 쓸 수 있는데, 기초의회는 이 범위에서 지방자치단체 자체 기준을 정한다.

지난 5월 지방의회 의원들은 대체 어떤 '업무' '추진'에 세금을 썼는지, KBS창원 취재진이 경남 18개 시·군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를 2018년 7월부터 지난 1월까지 2년 6개월 동안의 내역을 살펴본 결과이다.

평균 90%는 식비에 썼고, 나머지 10%는 의원과 의회 직원 선물 등 물품 구매 등에 썼다고 한다.

행정안전부의 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 규칙에 정해진 지방의회 사용범위를 어기고 방만하게 쓴 내역이 수두룩했다.

먼저, "의회 업무 추진은 의원 부인·동생 식당에서 셀프 결제"도 드러났는데, 자신이 운영하다가 부인 명의로 바꾼 식당에서 7차례 간담회를 열고 업무추진비를 '셀프 결제'했다. 사용 내역에 간담회 주제와 참석자는 적지 않아 어떤 활동을 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또한, "주말에 펑펑" 집 주변, 고깃집, 전국 맛집에서 쓰고 증빙도 '허술' 했는데 그 내역 또한 대부분 '의회 직원 격려'였다고 한다.

아울러, 의장단은 마치 산타클로스처럼, 선물 구매에 업무추진비를 아끼지 않는 의회도 있었다.

규칙상 의회 직원 선물은 명절과 연말, 생일에 의례적 수준에서 줄 수 있지만 수시로 명목을 만들어 선물을 과도하게 지급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연말에 평소의 2~3배 수준으로 업무추진비를 몰아 쓴 의회도 있었다. 연말 예산 몰아 쓰기, 정부가 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 기준에서 제한하는 행위이다. 집행 잔액을 소진하기 위한 선심성 회식이나 직원 선물 구매 등으로 연말에 몰아서 쓰지 말라고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연초에 월별 집행 계획을 세우고 분기별로 재검토하라는 방안까지 적혀있지만 대놓고 어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가 방만한 업무추진비 집행에 대해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보다 더 철저한 감사 기능을 통해 국민의 혈세를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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