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구 박사

구약성경 요나서4:11에 니느웨성의 백성은 <좌우를 분별 못하는 사람들>로 묘사하고 있다. 2,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민초들은 모두 힘겹게 살아가기 때문에 신앙이니, 철학이니, 역사니, 사상이니, 정치니 하는 것 따위에는 아예 무심하다. 그냥 누가 지도자가 되든, 정치가 어찌 되든 우선 등따습고 배부르게 하면 그만이란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니 깨어있는 지도자들이 없으면 민초들은 좌가 되든 우가 되든 상관이 없다.

옛말에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라는 말처럼, 자기에게 잘하고, 달콤한 말만 해주면 이것저것 따질 것도 없고, 좌우를 구별 못하고 따라가는 것이다.

6·25, 71주년이다. 그런데 김일성이 남로당(남조선노동당) 박헌영의 말을 믿고 대한민국을 1950년 6.25일 주일 새벽 4시에 탱크를 앞세워 기습 공격을 해왔다. 박헌영이 김일성에게 “만약 북에서 밀고 들어가면 남한에 있는 남로당이 봉기해서 공산화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건의했다. 당시는 미군도 철수한 상태이고, 우리 국군은 주말 휴가를 가서 전선이 비어 있었다. 북한 인민군은 삽시간에 비무장인 우리 강토를 짓밟고 서울을 점령해 버렸다. 김일성은 3일간 서울에 머물면서 한반도의 공산주의통일을 눈앞에 두고 즐거워하고 있었다. 한편 대한민국 이승만 대통령은 서울을 비우고, 대전, 대구, 부산으로 수도를 옮겨갔다. 이를 두고 대한민국 언론이나 역사가들은 ‘대통령이란 자가 몰래 먼저 자기 혼자 살겠다고 서울을 탈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70여 년 가까이 이승만을 향한 비난과 욕설이 난무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만에 하나 이승만이 정부 각료를 데리고 수도를 비우고 임시 수도 부산까지 가서 전열을 가다듬지 않고, 서울 경무대를 그대로 지키고 있었다고 치자. 그러면 김일성과 이승만이 격하게 포옹하고 우리나라를 공산주의로 통일하자고 했을까? 아니면 이승만과 그의 각료들이 모두 총살당하고 요인들이 밧줄에 꽁꽁 묶여 평양으로 압송되어 총살형을 당하는 것이 정해진 시나리오였다. 그리되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없어졌을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수도 서울을 비우고 남쪽으로 몰래 먼저 피난 갔다고 언론과 종북주의 역사학자들은 아직도 입에 거품을 물고 있다. 지금도 종북주의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공산주의로 통일되지 못한 것이 그렇게도 한이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승만 대통령은 그 절박한 시기에 외교의 귀재답게, 잠자는 트루먼 대통령과 맥아더 장군을 깨워서 한국의 위기 상황을 신속히 도우라고 호통쳤다.

실제로 우리의 수도 서울시민은 공산당 적 치하에서 3개월 동안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난과 고통을 당해야 했었다. 많은 피난민들이 서울을 빠져나갔지만, 남아있던 민초들은 공산당이 시키는 대로 살아야 했다. 그런데 당시 서울시민들은 인민군이 탱크를 앞세워 서울에 입성하자, 모두 인공기를 들고나와 만세를 부르며 인민군들을 크게 환영했다. 하기는 해방 이후에 우리나라 사람들 약 70%가 사회주의 사상을 따랐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공산당은 서울에 있는 모든 사람, 모든 기관에 인민위원회를 조직했었다. 공산당은 사실 조직의 명수들이다. 9.28에 이승만의 청원으로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으로 수도 서울을 되찾았다. 그때 공산당은 그들이 만들어 둔 인민위원회 문서를 서울시청에 그대로 둔 채 황급히 도망을 갔었다. 그런데 30여 년 전, 서지 학자인 <심한보> 선생이 그 자료를 찾아내어 몇 권을 영인했다. 나도 방대한 그 자료를 갖고 공부를 했었다. 그 자료를 보면, 세상이 바뀌면 철두철미한 자유민주주의 수호자나, 반공주의자가 아닌 이상, 공산정권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에 바로 서 있지 못한 사람들이나, 참된 신앙을 갖지 못한 자들은 정권이 바뀌면 바뀐 대로, 세상이 바뀌면 바뀐 대로, 자신들의 색깔을 바꾼다는 것이다.

가령 그 자료에 보면 당시 서울에 있는 모든 기독 교단의 조직도 있었다. 거기에는 공산당의 지시에 따라 알만한 <장로교>의 지도자가 주축이 되어 구성원들의 이름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감리교>, <성결교>, <침례교>, <구세군>, <가톨릭> 등도 예외가 없이 인민위원회가 조직되었다. 물론 이해는 간다. 그들도 살아남기 위해서 공산당을 지지하고 지원했을 것이다. 하기야 그들은 일제 강점기 때는 애국헌금을 모아 일본에 전투 비행기를 헌납했던 경험도 있었다. 그래도 당시에 공산당에 협력하지 않고 생명 걸고 마룻바닥을 파고 숨어서 3개월을 용케 버틴 애국자들도 있었다. 공산당이 3개월 서울을 점령하는 동안 공산당은 수많은 애국지사, 지식인, 언론인을 체포해서 월북시키고, 모두 총살하거나 노동교화소로 보냈다.

세월이 71년이 지났지만, 정말 아찔했다. 참으로 애국가에 있는 대로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였다. 오늘날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산당이 우글거리는 정당이 정권을 잡으면 어떻고, 자생적 공산주의자들이 판을 치는 언론사, 민노총, 전교조면 어떠냐며 공짜로 30만 원, 100만 원 주면 좋다고, 룰루랄라 하는 <좌우를 분별 못하는 백성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오늘의 민초들은 공산당의 맛을 제대로 본 사람들이 없다. 이해 따라, 돈 따라, 명예 따라, 좌면 어떻고, 우면 어떠냐는 식의 한심한 니느웨 백성 같은 것이 문제이다. 그 때문에 잠자는 대중들의 심령을 흔들어 깨우는 <선지자적 메시지>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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