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동 논설위원

바야흐로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이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 계절이 시작되었다. 인기 있는 행사를 비롯해 특정 기관이나 정치인의 테이프 커팅 행사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루며 북적거린다. 각종 언론과 기자들도 몰려와 취재에 열을 올리고 신문과 방송 등 각 언론매체에도 큰 이슈로 등장해 국민의 관심과 이목을 끈다.

그런가 하면 인기가 없거나 장래가 밝지 않고 희망이 없어 보이는 테이프 커팅장에는 사람들이 모이지 않아 썰렁하고 분위기도 나간 집처럼 한산하다. 당연히 언론의 주목도 받지 못한다. 이렇듯 테이프 커팅은 주최 기관이나 특정인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얼마 전에 정치참여를 선언하기 위한 모 인사의 테이프 커팅장에는 전례 없이 많은 인파가 모였고 각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보임으로써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테이프 커팅이었다.

이처럼 테이프 커팅은 가위로 단순히 테이프만 끊는 게 아니다. 조직 내에 존재하는 갈등과 불만, 조직원들 사이에 내재 돼 있는 불화를 끊고 화합과 합심,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다짐을 하고 새롭게 출발하자는 시작의 의미가 담겨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치적 행사도 이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테이프 커팅은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같은 시각에 커팅을 함께 하면서 동지적 의지를 다지고 성공을 엄숙하게 다짐하는 공적 행사이자 행위다. 테이프 커팅은 조직의 가치와 성격을 과시하고 주최 기관의 위상을 대내외에 알리는 홍보 역할도 하기 때문에 주최 측에서는 커팅 참여 인사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며 온 신경을 쓴다.

주최 측에서는 꼭 필요한 사람들이 누락 되지 않고 전부가 참여할 수 있도록 사전 통보에 심혈을 기울여 홍보 효과를 배가시키고자 노력한다. 아울러 커팅 참여자의 위치 선정과 배정에도 특히 신경을 쓴다. 정중앙 위치가 상석이기 때문에 주최 기관과 단체의 최고 책임자와 외부 초청 인사, 주요 인사 등을 중앙석을 기준으로 좌, 우로 배치하고 나머지는 주최 기관과 단체의 직책별 서열로 배치한다.

참석 인사의 초청은 물론이고 순조로운 진행 여부에 따라서 조직의 위상과 인기 창출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최 측에서는 신중하고도 치밀하게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데 더 없는 공을 들인다. 테이프 커팅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홍보적 측면과 대외에 대한 세(勢) 과시적 성격이 크므로 사전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중 하나가 사회자의 선정이다. 문화예술 및 연예적 성격의 테이프 커팅에는 잘 생긴 외모에 매력적인 음성을 갖은 스타급 진행자를 선정하면 그 행사는 빛이 난다. 그러나 정치적 성격의 테이프 커팅장에는 이름이 너무 잘 알려진 스타급의 진행자를 선정하면 참석자들의 관심이 스타에게 집중되기 때문에 주최 측 주요 인사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고 행사의 의미가 희석될 수 있는 부작용이 있다.

그러므로 스타급 진행자를 선정하기보다는 의지가 강해 보이는 외모에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진행자를 선정하는 게 낫다. 정치적 테이프 커팅장에서는 보다 선동적이고 집중적인 멘트를 구사할 수 있는 진행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보 진행자보다는 경험이 많은 유경험자의 선정이 더 낫다. 노련하고 현장 분위기에 잘 맞는 적절한 멘트 구사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영상자료 축적을 위한 철저한 카메라의 사전준비다. 테이프 커팅은 일회적이고 순간적인 행사다. 테이프도 한번 커팅하면 끝나기 때문에 성능 좋은 카메라의 사전준비는 필수며 완벽한 사전 리허설도 꼭 필요하다. 테이프 커팅은 조직에 대한 기존의 이미지를 새롭게 변화시키고 조직발전을 도모하는 순기능도 존재한다.

다시 말하면 테이프 커팅에 참석한 참여자에게는 조직에 대한 참여의식을 고취하고 자부심도 부여한다. 또한, 조직이나 기관에 대한 책임감을 인지시켜 주는 순기능도 있다. 아울러 소속된 정당과 단체에 대한 애호심을 높여주고 애착심을 불어넣어 준다. 더불어 소속원으로서의 자긍심과 충성심도 높여주는 부가기능도 한다. 행사의 시작을 알리고 행사에 초대된 인사들과 참석한 사람들의 기대감과 축하 속에 테이프가 커팅되면 드디어 행사가 문을 활짝 열고 정해진 기간 동안 한시적인 행사가 진행되는 것이다.

앞으로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후보 정치인들의 테이프 커팅이 많이 열릴 것이다. 유권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보기 좋고 세련미가 넘치며 완성도 높은 테이프 커팅 행사가 많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통해 국가발전에 초석이 되고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봉사와 헌신할 수 있는 참신한 정치인이 탄생해 우리나라를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 주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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