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 사회는 선진국지수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2016년 9월 시행된 이후 5년 가까이 맑고 깨끗한 사회를 구현하는 데 기여한 바가 작지 않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 청렴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다준 입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접대 문화가 개선되는 등 긍정적 측면이 평가된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의 청렴 인식의 변화를 국민들이 체감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국민의 89%가 청탁금지법이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고, 국민 68%는 청탁금지법 시행을 '잘한 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게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김영란법은 시행 전부터 대상자가 많고 광범위한 규제 탓에 내수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걱정이 많았다. 다만 깨끗한 사회 건설이라는 대의에 따라 시행에 들어갔다. 명절 선물 수요가 급감하고, 모임이 줄면서 경제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법 시행 후 주요 유통매장의 국산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액이 20~30% 감소했다. 외식산업연구원 조사에서는 음식점 10곳 중 7곳이 수입이 줄고, 평균 매출 감소율도 3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실정에서 정부가 김영란법을 공직자 등뿐 아니라 민간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개인의 자유를 정부가 지나치게 규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목인 추석을 앞두고 농축수산물의 판매 위축을 우려한 농민단체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농어민단체들은 권익위의 김영란법 민간 확대 방침에 반대 목소리를 잇따라 내고 있다. 농어민들 지적처럼 권고안이 시행되면 국민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고, 농축수산물 소비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농어민 현실을 감안해 권고안 시행 계획은 당장 철회되는 게 마땅하다.

오히려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 때처럼 명절에는 청탁금지법 상 선물 가액을 20만원으로 상향하는 것을 정례화하는 게 온당하다고 본다. 정부는 청렴사회 구현을 추구하되, 민간이 자율적으로 정할 부분까지 규제를 추진해 자유를 크게 제한하는 ‘규제만능주의’ 폐해를 인식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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