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정책의 전면 재검초가 요청된다. 225조3000억원. 2006년부터 올해까지 15년간 정부가 저 출산을 타개하기 위해 투입한 예산 규모다. 2005년 저 출산 대책 마련 당시 합계출산율(15~49세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07명이었다. 이 합계출산율은 이후 세 차례에 걸친 저 출산 기본계획이 시행되는 동안 매년 하락하더니 2017년 1.05명, 2019년 0.92명, 2020년 이후 현재 0.84명으로까지 떨어졌다. 이쯤 되면 천문학적으로 퍼부은 세금은 아무런 효과 없이 허투루 썼다는 결론에 이른다.

통계청의 ‘2020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출생이 사망보다 적은 ‘인구 자연감소’가 처음 나타났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2377명으로 전년보다 10.0%(3만339명) 감소했다. 2001년 55만9900명을 기록했던 출생아 수가 19년 만에 반 토막 난 것이다. 합계출산율은 201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평균인 1.61명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출생아 수는 13만6000여명, 역대 최저치다. 그런데 사망자 수는 15만2000여명으로 출생이 사망보다 1만6000 정도 적다.

출산과 보육정책을 대대적으로 전환해야 하는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왜 출산이 점점 감소하는가. 치솟는 집값, 사교육비 부담, 일과 가정을 위한 시간 부족, 빈부 격차 심화, 육아 시간과 방법 등 결혼과 출산을 꺼리게 하는 요인들이 산재한 상황에서 저 출산은 단기적으로 풀 수 없는 어려운 문제이다.

예컨대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 10명 가운데 6명은 직장으로 복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는 만 25~54세 대한민국 미혼·기혼 여성 6020명을 대상으로 한 ‘2019년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를 발표한 바 있다. 결혼과 임신, 출산, 양육, 가족 돌봄 등의 이유로 경력 단절을 경험한 여성은 3명 중 1명꼴인 35.0%로 조사됐다. 2016년(40.6%)보다 5.6%포인트 줄었다. 첫 출산 전(56.9%)과 출산 첫해(23.2%)에 경력이 단절된 경우가 전체의 80%를 넘었다. 그만큼 출산과 양육을 시작하며, 일을 그만두는 여성이 많다는 얘기다.

저출산 문제는 일회성 재정 지원 차원을 넘어 청년 취업난과 독박육아, 경력 단절, 부동산 폭등과 교육비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많은 벽들을 근본적으로 깨뜨려야 하는 과제이다. 관건은 육아 문제 해결이 우선이다. ‘아이를 낳기만 해라. 키우고 가르치는 건 정부가 맡겠다’는 정책이 우선돼야 최소한 ‘인구 절벽’만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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