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필요로 하는 의료서비스는 적기에 지속적으로 제공돼야 한다. 우리의 현실은 아니다. 1년8개월을 넘기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현재의 의료체계와 인력구조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다고 보건의료인들이 호소한 지 오래다. 파업 카드는 접었지만 보건의료인들이 이대로는 감당할 수 없기에 파업불사 카드를 꺼냈던 것이다.

보건의료인들이 요구하는 내용은 조족히 수렴돼야 한다.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과 코로나 치료병원 인력 기준 마련,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교대근무제 시행 등은 필수적이다.

소위 ‘K방역’의 우수성이 입증됐다고 하지만 공공의료 체계 미비와 의료인력 부족은 오래전부터 취약점으로 지적돼왔다. 이 부족함을 국민들의 높은 참여와 협조, 의료인들의 헌신으로 메워온 것이다. 정부는 더 이상 공공의료 체계 확충을 향한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언제까지 헌신을 강요할 수는 없을 터이다. 오죽하면 보건의료노조의 실태 조사 결과 3교대 간호사들의 이직 고려율이 80.1%에 달하고, 신규 간호사의 42.7%가 1년 안에 일을 그만둔다고 답했겠는가.

우리나라 공공보건의료기관 비중은 기관 수 기준 5.1%, 병상 수 기준으로는 8.9%를 차지할 정도로 열악하다. 공공병원이 코로나 환자의 80%를 담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임기응변식으로 지탱해온 K방역이 한계선에 이르렀음을 말해준다. K방역 실상이 실제로는 ‘의료진을 갈아 넣는 방식’이란 비판이 많았다. K의료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려면 의료 인력 등 의료 자원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근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공의료기관과 전체 의료기관의 공공적 역할 확대가 요청된다.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절실한 현안이다. 이는 노동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환자와 국민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코로나19 이후에도 팬데믹 상황은 항시 벌어질 수 있다.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공공의료 인력 확충 없이 우리 사회가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데 인식하고 정책의 우선순위에 놓고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단기간 내 전 국민 건강보험을 시행했고, 우수한 의료인력과 의료기관 등 의료자원을 빠른 시간 내에 확충,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의료접근성 향상 등을 통해 양호한 건강성과를 달성했다. 그러나 수도권·대도시로 의료자원이 집중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도시와 농어촌 간 의료 접근성·사망률 등 건강수준 격차가 존재하고 있다.

여하튼 정부 입장에서 가용인력과 재원에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현재는 코로나19 대유행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코로나19는 물론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공공의료 확충에 지체 없이 나서길 촉구한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