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는 올해 4조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조8000억원 적자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문제는 문재인정부의 급격한 탈 원전 정책으로 이 같은 적자가 예상됐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h당 발전원가는 원자력 62.18원, 석탄 83.19원, LNG 122.62원, 신재생에너지 179.42원이었다. 값싼 원전을 제쳐두고 비싼 LNG와 신재생에너지 의존도를 높이니 적자가 불어날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탈 원전 이전에 80∼90%였던 원전 이용률은 지난해 65.9%, 올 상반기에 79.3%를 기록했다.

특히 '무탄소 신전원'이라는 정체불명의 전원 비중을 대거 늘린 처사는 정부 당국자들의 무책임성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수소 터빈, 암모니아 터빈 등 기술과 경제성이 전혀 입증되지 않은 발전기를 무탄소 신전원으로 편성해 잔존 원전 9기(11.4GW) 발전량의 거의 두 배에 이르는 18.2GWy를 할당한 것은 무모한 처사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에 기초한 무책임한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은 막대한 비용만 초래할 뿐이다.

한전은 지난해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4조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보인데다 탄소중립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투자, 기후환경비용 등이 커지면서 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반면 올해 도입한 연료비-전기요금 연동제가 사실상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수입은 나아지지 않았다. 민생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전기 요금이 3배까지 오를 수 있지만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과 국가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이 우려돼 단행을 못하면서 적자폭은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유럽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배출과 전기 요금 상승에 탈 원전을 미루고, 개발도상국들은 전력난 해결을 위한 원전 기술 개발과 원전 건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음을 직시하길 바란다. 향후 전력 수급도 불안정하다. 2030년까지 확대될 신재생에너지를 태양광과 풍력으로만 구성하면 평소 15% 안팎인 전력 예비율이 6.4%까지 떨어져 수급 불안정성이 높아질 것으로 분석한 국책 에너지경제연구원 같은 전문기관의 우려를 바로보아야 한다. 에너지전환이라는 이름으로 무리하게 추진하는 탈 원전을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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