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턴 프리드먼은 대공황 이후 케인즈 주의가 대세였을 때 대공황의 원인을 정

확히 분석해 내어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는 자유주의 경제학을 주창함으로써 7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이론적 기반을 마련한 필자가 존경하는 경제학자 중 한명이다. 세계경제의 20세기 전반을 케인즈가 지배했다면 20세기의 후반은 프리드먼이 지배했다고 볼수 있다.

프리드먼은 자본주의는 개인의 자유에 기반한 경제체제임을 책의 첫머리에서 부터 강조한다.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권력의 분산과 다양성에 대한 관용이 필수적인데 프리드먼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자유이며, 개인의 사상과 선택의 자유에 기반한 경쟁이 전제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권력이 집중되기 시작하면 곧바로 개인의 자유는 제한되기 시작하여 자본주의는 기형적인 것이 된다고 과감하게 자유주의 경제를 이야기한다. 그는 정부의 역할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대신 정부가 개입하는 통화정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즉, 정부는 스태그플레이션이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도록 통화량을 조절하는 역할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프리드먼은 자유사회에서 정부의 역할과 국제무역 뿐 아니라 교육, 면허, 소득 분배, 복지 등에 대해서도 자유주의자다운 주장을 펼쳤다. 이 모든 분야에서 정부의 역할은 없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프리드먼은 통화량을 경제정책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보는 통화주의자이며 동시에 정부불간섭을 주장하는 자유주의 경제학자이다. 그래서 책 제목도 자본주의와 자유이다. 책의 내용도 대부분이 정부의 간섭을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 이롭다는 내용을 역설하고 있다.

이쯤에서 케인스와 프리드먼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케인스는 정부지출을 통해 소득을 늘려주면 가계는 소비성향만큼 지출하고 이것이 다른 사람의 소득이 되어 또 소비성향만큼 지출하고 이런 반복을 통해 처음 정부지출액보다 몇배의 소비창출효과를 얻는다고 주장한다. 아마 지금 우리나에서 시행했던 소득주도 성장이 그 예일 것이다. 그러나 프리드먼은 정부의 간섭을 일절 배제하는 입장이라 과연 케인스의 통화승수가 말 그대로 될 것인가에 대해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케인스의 승수를 대표하는 정책인데 내 개인적 견해로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보기 때문에 프리드먼의 주장이 일리가 있어 보인다.

정부지출이 늘어나면 과연 케인스의 승수처럼 소비 진작 효과가 있을까. 정부지출로 인해 민간의 소득이 늘어났는데, 민간의 소비가 왜 늘지 않는가. 소득은 늘었으나 지출은 꺼려진다라는 것은 미래의 경제전망에 기인한다. 가계는 경제 전망이 좋지 않다고 판단되면 소비보다는 저축을 많이 하게 될 것이다. 즉, 부자에게 세금으로 걷어 저소득층에게 주는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는 구매력이 변하지 않는데 저 소득자가 소비하는 것만큼 중산층이상은 소비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요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부동산의 관점에서 보자. 집값이 오르면 소비의 여력이 부동산 투자로 가지 않을까. 집값이 오르면 자산효과로 인해 소비가 늘어야 하는 데 그것마저 이루어지지 않은 점도 놀랍다. 결국 정부지출을 하더라도 소비가 늘지 않고 묶여있는 돈을 정부가 재편하는 방법으로 재정정책을 펼쳐야 되는 데, 한쪽의 소비여력을 뺏어서 다른쪽의 소비지갑을 늘려줘 보았자 구매력 총량에서 큰 의미는 없다는 것이다.

프리드먼은 대공황의 원인이 통화량 정책의 실패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모든 불황과 확장은 통화량을 배제하고는 절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지출이 균형바퀴(balance wheel)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정부정책이 토론과 입법을 거쳐 시행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오히려 이러한 시차 때문에 경기가 회복되고 나서 정책이 시행되는 바람에 경기버블을 키우는 잘못된 경우가 매우 많다고 한다.

프리드먼은 1976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고, 거시경제학 과목에서는 케인스 다음으로 가장 많이 다루는 학자이며, 20세기 후반의 경제를 좌우한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에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 인물이다. 경제학의 아버지 격으로 칭송받던 시기에 그는 자신의 책에서 "조세나 정부 지출의 계획적인 변화를 섬세한 경제 안정화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지식을 결코 갖추지 않고 있다"라며 자기 자신과, 경제학자들에 대한 겸손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오히려 경제 정책 입안에 조심해야 하며, 특히 정부가 개입하는 것의 위험성을 누누이 말했다. 그는 개입주의 정부의 여러 문제점과, 경제 정책을 조율하는 경제학자들의 한계를 지적했지만, 거기서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우리의 몫으로 남겼다. 다시 말해 아직까지 남아있는 사회 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앞으로는 새로운 지식으로 현존하는 다양한 사회 문제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을 그려나가야 한다. 프리드먼을 통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경제의 방향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프리드먼이 남긴 '자본주의와 자유'라는 유산 위에, 바람직한 사회와 새로운 해결책들을 써 내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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