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보조금과 민간위탁금 명목으로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데 지난 10년간 1조원의 혈세가 낭비됐다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오 시장이 소개한 사례를 보면 상당수 시민사회단체가 이토록 부패했고, 정치인들이 악용한 실상을 보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시민사회 분야 민간위탁 사업은 일부 시민단체들을 위한 중간지원 조직이라는 ‘중개소’를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특정 시민단체가 중간지원 조직이 돼 다른 시민단체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해왔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임기제 공무원으로 서울시 도처에 포진해 위탁업체 선정부터 지도·감독까지 관련 사업 전반을 관장했다는 설명이다.

일부 시민단체의 도덕적 해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중간지원조직이라는 창구를 각 자치구에 설치하고 그것조차 또 다른 시민단체에 위탁해 운영토록 한 게 드러났다. 시민단체의 피라미드, 시민단체 형 다단계라고 할 수 있다.

고 박원순 시장 시정 기간 서울시에 등록한 시민단체는 2배 가까이 급증했다. 박 시장 취임 직전 1278개였던 서울시 등록 시민단체는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지난해 11월30일 기준 2295개로 확대됐다. 시민단체가 1017개나 늘어난 것이다.

중앙행정기관과 다른 광역시·도와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중앙행정기관에 등록한 시민단체는 같은 기간 1189개에서 1696개로 서울시의 절반 수준인 507개 늘어났다. 17개 광역시·도 등록 시민단체는 같은 기간 9020개에서 1만3299개로 4279개 증가했다.

시민사회 분야 민간보조와 민간위탁 사업에 뿌리박힌 잘못된 관행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올해는 지방의회 부활 30주년, 자치단체는 26주년해이다.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시민 혈세를 자신의 주머니 쌈짓돈처럼 생각하고, 시민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며 사익을 쫓는 행태가 비단 서울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본다. 17개 시·도, 226개 시·군·구마다 ‘시민단체’라는 이름을 내걸고 ‘송도말년의 불가사리’처럼 주민 혈세를 마구잡이로 먹어치우는 조직이 적잖은 현실이잖은가.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주도해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광역‧기초 지자체에 등록하거나 보조금 지원을 받는 각종 시민단체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 이들이 관변에 기생하는 단체가 되지 않도록 종합관리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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