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는 공직부패의 온상이다. 고위관료·각료 출신이 거액의 보수를 받고 유관기업·단체에 취업·자문을 통해 관청 로비스트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마피아식 패거리 문화, 강요나 강압, 불법적 이권개입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까지 겹쳐졌다. 요즘 국민적 의혹 사건인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비리에는 고위 법조인 출신 인사들 이름이 오르내린다. 전관예우 병폐의 현주소라고 할 수 있다.

경륜을 지닌 인재를 고사(枯死)시킨다는 비판도 없지 않지만 전현직 공직자 간 짬짜미를 막음으로서 부패구조를 근절하는 공익이 더 크다는 게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있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근래 금융당국 퇴직자들의 재 취업처로 '로펌'이 급부상하고 있어 또 다른 전관예우 폐해가 우려되고 있다. 그간 전통적으로 퇴직자 대부분이 금융권으로 자리를 옮겼다면, 최근 로펌 행을 택하는 금융감독원 퇴직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최근 금감원과 금융사가 잇따른 소송전을 벌이면서 금융사들은 대형 로펌을 선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 퇴직자에 대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20~2021년8월 기준) 금감원 퇴직 후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를 통해 재취업한 4급 이상 직원은 총 44명이다. 이 가운데 로펌에 재취업한 퇴직자는 13명으로 전체 퇴직자의 30%에 이른다. 퇴직자들의 이 같은 이직경로는 공직윤리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는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금융사에 대한 관리감독 업무를 해온 금감원 출신들이 각종 이슈가 터질 때마다 관련 금융사나 로펌 등에서 금감원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직에 있는 공무원은 자기의 미래상이니 전관예우를 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공정한 일처리 대신 돈에 의해 공무가 집행된다. 이런 국민들의 가슴에 상생, 행복, 신뢰라는 단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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