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의 전당’인 국회는 입법 기능 외에 국정 전반에 관해 정부를 감시 비판하는 기능을 갖는다. 1988년에 부활한 국정감사가 대표적이다. 헌법과 국감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국정'의 개념은 '의회의 입법작용 뿐만 아니라 행정·사법을 포함하는 국가작용 전반'을 뜻한다. 다만 개인의 사생활이나 신앙과 같이 순수한 사적사항은 제외된다.

국감은 국민을 대신해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감시하는 국회의 기본적이고 중요한 책무인 것이다. 그래서 국감을 '정기국회의 꽃'이라고도 한다. 마땅히 여야는 긴밀한 공조를 통해 국감의 존재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과거처럼 야당은 비판을 위한 비판에 매몰되고, 여당은 정부를 감싸는 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될 일이다.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세가 긴요하다. 

문재인정부의 마자막 국감이 10월1일부터 3주간 계획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려되는 바가 예년처럼 나타나고 있다. 정쟁이다. 내년 3월 대선을 5개월 앞두고 열리는 이번 국감은 여야 대권 경쟁과 맞물려 더욱 심화되리라는 전망이다. 가장 첨예한 공방이 오가는 사안은 '대장동 개발 특혜'·'고발 사주' 의혹이다. 법사위가 최대 전장이 될 전망이다. 야당은 권순일 전 대법관의 화천대유 고문 위촉과 이재명 경기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무죄 취지 파기 환송 사이의 상관관계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야당 주장을 반박하며 고발사주 의혹을 부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여당은 현재 국정 최우선 과제를 '코로나19 위기 극복'으로 규정하고 이번 국감에서 위기 대응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촉구하는 한편, 야당 공세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방침대로 하고 있다. 야당의 고압적 정부 및 증인 비판에 여당의 감싸기 일변도 등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국감은 입법부가 행정부와 사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임을 되새길 때다. 그런데도 기업인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불러 윽박지르고 호통 치는 것이 오랫동안 관행화되다시피 했다. 생산적 국감을 위해 여야 의원들은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 내용은 차치하고 국감은 시스템적으로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하루에 수십 개의 기관을 몰아서 국감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현재와 같은 국감 제도 대신 상시국감으로 전환하길 기대한다. 국감의 본래 취지를 되새겨야 할 때다.

국정감사는 국정 전반에 대해 감사하는, 국회의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다. 국정 전반을 정밀하게 들여다보면서 방만한 업무는 걸러내고, 잘못된 정책은 바로잡으며, 재정낭비는 없애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국감이 정치공방에 파묻힌다면 국가로서도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국회는 민생을 살리는 제 할 일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국감무용론'이 고개를 들지 않도록 여야 모두 본령에 충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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