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객잔, 김명리 산문집을 읽으며 살짝 몸살을 앓았다. 보통의 산문이 아니라 모든 문장에 숨어있는 활자들의 기운에서 시보다 더 비상한 문맥들이 호흡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꿈을 꾸는듯 했다. 가을 시작, 단풍을 물들이는 비 치고는 제법 비답게 내린 오늘이었다. 아까부터 큰 창에 기대어 가을 도심의 밤풍경을 내려다보고 서 있었다.

​어둑어둑한 먼 불빛들 사이로 요란한 굉음을 내며 달리는 오토바이와 온갖 차들이 내뿜는 붉을 빛들은 까만 어둠이 드러누운 아스팔트 위를 한 참을 내달리고 지나갔다. 작가의 어머니는 어떤 생을 살다가셨을까? 딸의 생일상에 담배 한 보루를 선물하실 만큼의 배포는 지금의 작가 김명리를 만들 수 있었던 담대함이었을까?

​아름답기도 하고 강하기도하며, 때론 빛나기도 한 그녀의 문장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사이, 하늘은 하얀빛이었다가 검은 빛으로, 때로는 비를 뿌리다가도, 때로는 바람소리를 내기도 하고, 또 때로는 희미한 달빛이 어스름하게 비춰졌다 사라지기도 했다. 김명리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의 힘이었으리라.

​많은 독자들의 관심으로 곧 3쇄를 준비한다는 소문이 밤을 타고 흐른다. 우려했던 작가의 고민을 오히려 독자들이 더 정신 번쩍 들게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4쇄, 5쇄로 가는 길 머지않았음이 확실함으로 다가오는 현실이니 이제 작가는 신경의 촉을 가을단풍으로 돌려도 될듯 싶다. 2021년 가을, 단풍객잔을 읽지 않았으면 문학을 받아들인다는 말조차 하지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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