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집권 여당 되면서 당이 내홍에 빠질 위험이 커졌다. 20대 대선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논란에도 이 지사는 경선 누적득표율 50.29%를 얻어 ‘턱걸이’로 결선투표 없이 10일 당 대통령 후보가 됐다.

그러나 30만 명에 달하는 3차 선거인단(일반당원과 국민) 투표에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62.37%를 득표해 이 지사(득표율 28.3%)를 압도했다. 이 전 대표 측은 경선이 끝난 뒤 중도 사퇴한 정세균·김두관 후보의 득표를 계산하는 방식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면서 격한 갈등을 예고했다. 사퇴한 후보의 표를 무효로 처리하지 않을 경우, 이재명 후보의 득표가 과반에 못 미치는 48.37%가 되면서 결선 투표가 진행될 수 있다는 의견이어서 대혼란이 예상된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 지사 앞에 놓인 과제는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난제들이지만, ‘대장동 게이트’가 대선 본선에서 인화력이 가장 크게 작용하리라는 전망을 낳게 한다. 친 여당 성향의 국민들조차도 절대 다수가 ‘이재명 리스크’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3차 선거인단 투표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재외국민 투표에서도 이 지사가 얻은 득표율은 31.69%로, 이 전 대표 득표율 55.59%에 한참 못 미쳤다. 경선에서 고배(苦杯)를 마신 이낙연 전 대표 진영이 이 지사를 '불안한 후보'라고 했던 게 틀리지 않았음이 입증됐다고 하겠다.

단군 이래 최대의 공공환수를 했다던 이 지사가 느닷없이 최근 성남시에 ‘대장동 부당이득을 환수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도 자신에 대한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공문은 이 지사 주장이 엉터리였음을 자인한 셈이고, 성남시민이 피해자임을 인정하고 있음을 반증한 것이다. 이 지사는 그동안 대장동 흔적 지우기, 꼬리 자르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의 말 바꾸기가 부각됐고, 민심은 나빠졌다.

이 지사에겐 넘어야 할 산이 적잖다. 당장 민주당 원 팀 구성이다. 경선 과정의 감정싸움이 계속되고 대장동 의혹 등 이 지사를 둘러싼 검찰과 경찰 수사 등 상황이 변화할 경우 원 팀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하튼 이 지사가 ‘대장동 늪’에서 발을 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검·경 수사가 어떻게 결론 날 지 예상하기 어렵다. 이 지사는 측근이 구속되는 등 사회정의에 반하는 여파가 대선 내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대선후보로서 역할을 정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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