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금융정책은 서민 주거환경을 살펴서 펴야 한다. 근래 정부의 전 방위 대출 규제에 부동산 시장이 패닉 상태다. 매매와 전세 가격은 치솟고 있는데, ‘과도한 가계부채 억제’ 이유로 갑자기 대출을 옥죄면서 곳곳에서 부작용이 터져 나오는 모양새다. 세입자들은 당장 오른 전세보증금을 구하지 못해 외곽으로 밀려나게 생겼고, 집을 먼저 매입한 뒤 이사를 계획했던 1주택자들도 기존 집을 팔지 못해 계약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는 호소가 이어진다.

일부 청약에 당첨된 무주택자들도 중도금 대출이 막혀 눈앞이 깜깜해졌다. 급증하는 가계대출규제가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그 피해가 실수요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은행 대출을 끼지 않고는 살 수 없을 정도로 집값이 폭등한 반면 은행들의 대출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사실상 ‘선착순 대출’이 현실화되면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음을 인식하길 바란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강화로 은행들이 중도금, 잔금에 대한 집단대출에 선뜻 나서지 않으면서 불안을 호소하는 무주택자들의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제한된 한도로 집단대출에 나선 은행들조차 선착순 문자로 접수를 받고 있을 정도다. 아직 집단대출 은행이 정해지지 않은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1금융권에서 집단대출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입주 예정자들은 중도금·잔금을 치르기 위해 2금융권뿐만 아니라 불법 사금융에 내몰리고 있다.

일부 임대인들도 전세대출 강화로 난감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적잖다.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구하지 못할 경우 생계형 임대인들 역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대출규제 강화로 전세금이 낮아지면 다행이지만 상당수 집주인은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 정부의 전세시장 안정 목적에도 부정적이란 의견이 많다.

정부 정책은 문제의 진앙을 정밀 타격해 ‘거품’을 걷어내고, 꼭 필요한 곳의 민원을 해결하는 맞춤형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예컨대 과도한 가계 빚을 억제하기 위한 당국의 최근 정책은 탁상공론 격이다. 국내 가계 빚은 지난 6월 말 기준 1806조원으로 사상 처음 1800조원을 넘어섰다. 국민 1인당 진 빚이 3500만 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가계 빚은 170조 원 가까이 늘었다. 가계 부채가 이렇게 커진 건 문재인정부의 ‘우왕좌왕 정책’에 기인해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의 증가가 가장 큰 이유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대출 조이기’를 본격화한 배경이다.

막무가내로 서민대출을 중단시키고, 돈 없고 힘없는 취약계층을 길바닥으로 내모는 ‘폭력’을 멈춰야 한다. 최소한 대출 총량규제에서 실수요 전세자금 대출을 제외하는 등 서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조치를 취하길 촉구한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