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식 논설위원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는 20세기 현대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윌리엄 포크너(1867-1962)의 일곱 번째 작품으로 미국 남부의 한 가난한 가족이 겪는 장례 여행기를 통해 삶과 죽음, 선과 악 등 심오한 삶의 교훈을 제시하는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남부 출신의 가난한 백인 가문의 안주인 애디 번드런의 죽음이 임박하자 장남 캐시가 관을 만들기 시작한다. 어머니는 아직 죽은 게 아니다. 시름시름 앓고 있는 중으로 캐시는 아픈 어머니 앞에서 마치 관이 완성되는 시점에서 죽어달라는 듯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관 만드는 작업에 몰두한다.

어머니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는 막내 바더만은 관 속에 누워 있는 어머니가 답답할 것이라 생각하고 송곳으로 관에 구멍을 내는데, 그만 어머니의 얼굴에 송곳 구멍이 생긴다. 뜻하지 않게 임신을 한 딸, 듀이 델은 어머니의 죽음에 절망한다. 쏟아지는 비 때문에 다알과 쥬얼이 예정보다 늦게 도착하고 운구 여행은 어머니가 죽은 지 3일 후에 시작된다.

이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 40마일 떨어져 있는 곳인 어머니의 친정집 가족묘지에 자신을 묻어달라는 유지를 이행하기 위한 가족은 여행을 시작한다. 아버지 앤스 번드런은 무능력하다. 일하다가 땀을 흘리면 죽는다고 돈을 벌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 인간이다. 장남 캐시와 어머니가 집안일을 도맡아 했고, 아버지는 자기 아내의 죽음까지도 운명론처럼 받아들인다. 무책임한 아버지의 전형으로 무능력한 남자가 아내가 죽자 갑자기 돌변한다.

악천 후 속에서도 아내가 묻어달라고 한 장소로 관을 가지고 간다는 것이다. ​여행 첫날, 폭우에 다리가 유실된 상황에서 캐쉬와 쥬얼이 간신히 관을 강의 반대편으로 옮기지만 캐쉬의 다리가 부러지고 노새를 잃는다. 이튿날 아버지는 약간의 현금과 농기구, 쥬얼의 말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한 쌍의 노새를 얻는다. 자신의 말이 팔렸다는 것에 화가 난 쥬얼은 말을 타고 떠나지만, 결국 말을 인도한다. 새로 구한 노새에 관을 싣고 못슨(Mottson)에 도착한다. 못슨 주민들은 관에서 나는 지독한 악취에 경악한다. 듀이 델은 약국에서 낙태약을 구하려하나 실패한다. 다알은 시멘트를 사서 부러진 캐쉬의 다리를 고정시켜보지만 캐쉬의 고통만 가중된다. 가는 길레스피 농장에서 하룻밤을 유숙하게 되는데, 이 여행의 무의미함을 절감한 다알은 어머니의 관이 있는 헛간에 불을 지르고 쥬얼은 위험을 무릅쓰고 관을 끌어낸다.

소설은 어머니 에디가 화자로 나오는 장과 반전이 있는 마지막 장을 꼼꼼히 읽어야한다. 아내 에디는 독특한 여자다. 독실한 가톨릭 문화권에서 하나님을 믿지 않았다. 아내는 결혼하고 나서 남편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한없이 불행하다고 여긴다. 남편에 대한 복수로 목사와 불륜을 저지르고 사생아인 주얼에 대한 편애의 감정을 표면적으로 드러내며 아이들이 느끼게 만든다. 천신만고 끝에 장지에 도착해 어서 어머니를 묻고서 캐시를 병원에 보내기로 한다.

관을 묻으려면 삽이 필요한데 삽이 없다. 아버지는 어느 한 집에서 얻을 수 있다면서 매우 자신 있게 말하고 거리낌 없이 들어가더니 한동안 나오지를 않다가 삽을 들고 나오고 아버지가 나오는 그 집 창문 커튼 너머로 어떤 한 여자가 살짝 얼굴을 내비치는 모습이 보인다. ​장지에 매장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뜻밖의 일이 발생하는데 달이 붙잡혀 간 것이다. 헛간에 불을 지른 혐의로 정신병원에 가게 된 것인데 가족들이 공모하여 달을 정신병자로 몰아붙이고 정신병에 걸려 불을 질렀다는 걸로 배상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거다.

이에 실제로 달은 정신분열을 일으킨다. 아버지는 듀이 델이 아이를 지우려고 준비했던 돈을 발견하고 빼앗은 뒤에 치과에 들러 새하얀 의치를 끼고 돌아오는데 옆에는 한 여인이 있다. 아까 삽을 빌려주었던 창가에서 살짝 내비쳤던 그 여인이다. 아버지는 이제부터 새로운 어머니라고 소개한다.

이 소설은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어머니의 고향마을 장지까지 40마일을 걷는 이야기이다, 마차로 반나절이면 갈 거리를 홍수를 만나 10일 만에 장지에 도착하는데 가족은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각자 자신들의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 어머니의 관은 도덕, 의무, 윤리 등을 의미하는데 10일간의 여정에 가족은 자신들의 욕망을 해결하고자 처절하게 고통스럽다. 아예 지키려고 하지 않는 자, 지키려고 하다가 파괴된 자 등 아버지와 자식들의 여행 이야기를 통해 , 남에게 어떤 불행한 일이 일어나도 내 손가락 상처의 아픔 하나만도 못한 개인의 이기심을 보여준다. 죽은 사람은 죽어도 산 사람은 살아야하는 현실이지만, 소설의 가족은 윤리와 도덕을 외면하고 그리고 개인의 이기심과 욕구 충족을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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